[주상돈의 인사이트]휴대폰과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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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다. 자동운전시스템이 가동되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한 여행을 즐긴다. 전용도로에 오른 자동차를 중앙제어실이 원격조종하는 방식이다. 사고 위험도 없고 속도가 일정해 고속도로 정체도 없다. 목적지에 가까운 톨게이트에 진입하면 자동운전시스템이 종료되며 운전자는 다시 핸들을 잡는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10년 후 실현하겠다는 꿈의 고속도로 `오토 파일럿 시스템` 개요다.

#2010년 10월, 경사와 굴곡이 심해 난코스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롬바드 거리. 무인자동차 7대가 운전자 없이 16㎞ 거리를 쌩쌩 달린다. 자동차가 레이더와 카메라로 보행자, 주변 장애물, 교통신호 등을 스스로 판단해 도로를 주행한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기술 벤처업체 구글이 무인자동차 시험 운행에 성공한 것이다. 과거 TV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주인공이 “키트!”를 외치면 달려오는 자동차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차량IT 개발센터`를 만들었다. 자동차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스마트 카`를 연구하는 별동대다. 지난 한 달간 200명의 인력을 사내·외에서 스카우트했다. 센터장으로 곽우영 전 LG전자 전자기술원장도 영입했다. 곽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미래 자동차 개발 책임자로 휴대폰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현대인은 하루 평균 1.5시간 이상을 자동차에서 생활한다. 가정과 사무실에 이어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사업 무대가 바로 자동차다. 특히 파워트레인(엔진과 주변 장치)이 필요 없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이동서비스가 된다. 친환경 동력기관을 장착하고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움직이는 모바일 생활공간. 이것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다.

이쯤 되면 기업의 생존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만의 얘기가 아니다. 건설(u시티), 의료(헬스케어), 문화(3D 콘텐츠), 제조(e매뉴팩처링) 등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다. 미래 시장은 디자인과 아이디어, 네트워크가 핵심 키워드다. 사용자 신상이나 직업과 같은 죽은 정보가 아니라 상황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획득한 신선한 정보를 원한다. IT가 모든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미래 시장 지도가 새롭게 그려진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구글은 이미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애플도 최근 `스마트 자전거` 특허를 출원했다. 자전거와 연결된 `도킹 스테이션`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장착하는 형태다. 자전거와 컴퓨터가 연결돼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속도와 거리, 시간, 고도, 노면 경사도, 풍속, 경로, 심박동수, 근력 등 기계와 인체 정보가 실시간으로 뜬다. 최고 속도나 최단 주행시간 같은 개인 기록도 즉시 확인 가능하다. 구글맵스 같은 지도는 물론이고 운전자끼리 주행 중 무선 인터넷을 활용해 교통 상황이나 경로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애플과 구글이 현대자동차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 카`를 출시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 시장 변화를 불러오는 결정적 요인은 반드시 현재에 존재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지진이 발생하면 몇 분 후 가까운 해변에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必然)이다. 자동차 시장엔 이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제 잠시 후면 쓰나미가 밀어닥칠 차례다.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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