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기간만 최장 3년" 中企 사업 중단도
가습기 항균부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보건복지부 결정이 가습기 업계를 고사 위기에 몰아넣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항균부품을 가습기 살균제에 준하는 유해성 물질로 분류해 규제한 지 10개월, 제조사들은 생산에 직격탄을 맞아 빈사상태에 빠졌다.
보건복지부는 폐손상 환자 발생 원인으로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30일 공포·시행했다. 개정안은 `미생물 번식과 물때 발생 예방 목적으로 가습기 내 물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제제`를 식약청장의 허가·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복지부가 가습기 필수 부품인 항균부품까지 의약외품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에 준하는 위해성이 항균부품에도 있다고 간주했다.
항균 부품의 물때 생성 방지와 유해 박테리아 번식 억제 기능이 살균제와 유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 측 설명이다. 업계는 해당 부품의 위해성을 제대로 판명하지 않은 채 내린 결정이었다며 반발했다. 가습기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확대되는 에어워셔 일부 모델에도 탑재될 만큼 일반적으로 쓰인다.
가습기 항균부품이 의약외품으로 지정되자 제조업체들은 식약청으로부터 별도 허가 획득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허가 신청부터 획득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장 3년여에 달한다. 비용도 모델 당 15억원에 육박한다. 사실상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개정 고시안을 시행함에 따라 기존 시장에 유통한 가습기는 모두 `무허가 제품`이 됐다. 업계는 판매 준비 중이던 제품과 회수한 제품을 합쳐 약 50억원 규모의 재고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업계는 △항균부품의 유해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고 규제 대상에 포함한 점 △항균부품 허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비현실적인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 해외에서 문제없이 항균부품이 사용되지만 유독 국내에서 충분한 역학조사 없이 유해성 판정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계자는 “항균부품을 장착하지 않은 가습기에서 슈퍼 박테리아의 일종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며 “가습기 물때와 박테리아 등으로 인해 사용자 건강 위해 가능성이 있고 제품 수명도 단축될 우려가 있어 제조사는 물론이고 소비자까지 피해”라고 말했다.
항균부품=가습기 내 물때나 유해 세균 번식을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며 항균볼, 항균필터 등의 형태로 가습기와 에어워셔 내에 탑재된다. 한국환경수도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에서 항균부품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