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3D 애니메이션 제작 등 슈퍼컴퓨터 활용 다각화에 나섰다. 기초연구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응용연구와 민간 분야에 슈퍼컴을 지원해 연구개발(R&D) 및 산업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10일 KISTI 슈퍼컴퓨팅센터에 따르면 연말 미국 3000개 극장에서 개봉하는 국산 3D 애니메이션 `다이노타임` 제작을 비롯해 시뮬레이션 제작과 컴퓨터 그래픽(CG) 등 여러 분야로 KISTI 슈퍼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12월 7일 개봉하는 다이노타임은 3D 렌더링 작업에 KISTI 슈퍼컴을 활용했다. 렌더링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영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이 중 3D 렌더링은 컴퓨팅 성능이 영상 품질과 제작기간 단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제작사인 토이온은 재작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KISTI 슈퍼컴을 활용해 3D 렌더링 작업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슈퍼컴을 활용한 기간은 약 4개월로 기존 컴퓨터로는 최소 4년 이상 걸리는 작업 기간을 대폭 축소했다.
KISTI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대상 사업 중 하나인 시뮬레이션 지원 사업도 나서고 있다. 슈퍼컴을 활용해 중소기업 R&D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물건을 제작하거나 변경할 경우 시뮬레이션으로 제품 설계를 미리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KISTI는 일반 기업에도 슈퍼컴 활용을 개방하고 있다. 이노그리드가 출시할 예정인 고성능컴퓨팅(HTC) 클라우드 서비스인 `테크니컬 컴퓨트 서비스(TCS)`가 KISTI 슈퍼컴 자원을 일부 활용한다. TCS는 유전자연구, 신약개발, 질병치료 등 HPC가 필요한 모든 산업을 타깃으로 한다.
이외에도 뮤직비디오 컴퓨터 그래픽(CG), 과학 방송 프로그램 CG 등에도 슈퍼컴을 활용하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경제력이 열악하거나 컴퓨팅 자원이 부족한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이 슈퍼컴 활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KISTI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물리 실험이나 바이오 실험 등 기초 연구는 기본이고 산업 연구용으로 슈퍼컴을 활용해 과학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여러 영역에서 연구개발 효율성을 제고하고 창의적 결과물을 얻으려면 슈퍼컴 활용도를 높이고 적용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우리라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비용 등 여러 이슈로 슈퍼컴을 활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따라서 KISTI 등 공공 기관이 앞장서야 하며 국가 차원에서 슈퍼컴 활용 다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