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유지비 미납으로 특허권이 소멸되는 건수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기업 경영이 어려울 때 특허권을 우선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 지식재산권 소멸 건수는 12만6834개다. 이중 연차료 미납으로 권리가 사라진 경우는 9만1531건으로 전체 72%를 차지한다. 특허 유지·관리비인 등록 연차료를 내지 않으면 발명자의 특허 권리가 사라지고 독점적 권리 사용(실시)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연차료 미납으로 권리가 소멸된 건수는 20년 기한 만료로 소멸된 지식재산권(24.1%)보다 세배 가량 많다.
연차료 미납으로 인한 특허권 포기는 경기가 어려울 때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지난 2010년 연차료를 납부하지 않아 권리가 소멸된 특허는 10만5320건으로 전년대비 27% 늘었다. 최근 5년간 10%안팎으로 증가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이재준 마크프로 상무는 “연차료 납부 대행을 하다보면 경기 침체 시기에 중소기업 중심으로 연차료 미납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IMF와 금융위기 시절 중소기업에서 특허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이 경쟁력 있는 특허를 확보·유지하거나 동반성장 취지로 독점적 특허권을 포기하기도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연차료 부담으로 특허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대표는 “보유 특허가 매년 늘어나면서 연차료 부담도 커진다”며 “사업에 꼭 필요한 특허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포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미지 변환 모듈 사업을 하는 지앤지커머스는 올해까지 등록한 11건의 특허 중 연차료 불납으로 최근 5건의 특허를 포기했다.
포기 건수는 기업의 연차료 납부 연차의 영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무는 “연차료 비용은 7년, 10년, 13년 단위로 두 배씩 오른다”며 “기업별로 특허를 등록 한 후 7~10년째 되는 해 미납으로 인한 포기사례가 쏟아져 나온다”고 설명했다.
연차료 부담이 중소기업 특허 경쟁력 약화에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대기업의 경우 특허 유지비가 경영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장기간 특허권 유지비용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서 경쟁력 있는 특허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특허청에서는 중소기업이 최초 3년 납부하는 특허 등록료와 연차료 등에 70% 감면혜택을 준다. 하지만 4년차부터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