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900조원 기금의 향방이 결정된다. 오는 18일 인천 송도에서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2차 이사회가 열려 사무국 국가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스위스·멕시코·폴란드·나미비아 6개국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계 첫 기후변화 특화 기금인 GCF는 오는 2020년까지 약 900조원(8000억달러)에 이르는 기금을 조성해 운용한다. 선진국들이 낸 돈이다. 당장 내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를 2020년까지 8년간 갹출한다. 우리나라 예산(326조원)의 2.8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국제통화기금(IMF) 규모(8450억달러)와도 맞먹는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GCF는 환경 분야 세계은행이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지원이 주 업무다. 지난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선진국이 설립하기로 합의해 탄생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GCF 사무국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93개국 정부대표단 등 2만여명이 참석한 남아공 더반 총회에서 당사국 중 가장 먼저 GCF 유치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서울과 인천(송도)이 경합한 끝에 송도가 유치 도시로 선정됐다. 이어 4월 15일 정부와 인천시는 공동으로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정부와 인천시는 한마음으로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현 정부의 대표 정책이다. 우리가 GCF 사무국을 유치하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날개를 달 것이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의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기도 하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 주재원 500명을 기준으로 연간 38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100배가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연간 120회 이상 열리는 GCF 관련 회의는 지역과 우리나라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운명의 날`이 열흘 남은 현재 우리나라와 독일, 스위스 3개국이 경합하는 양상이다. 독일은 물량 면에서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는 내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1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독일은 매년 700만유로를 영구 지원하겠다고 했다. 스위스는 초기 1400만달러 지원에 컨벤션센터 무상 사용 등을 약속했다. 인천시는 정부가 남은 기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GCF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인 16·17일 이틀간 서울에서 GCF 관련 포럼이 열린다. 22일에 기후변화각료회의가 개막한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결정권을 가진 24개 이사국 가운데 12개 개도국이 우리나라를 선호한다는 말도 들린다. GCF 유치는 인천을 넘어 우리나라 위상을 높이는 빅 이벤트다. 꼭 유치할 일이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