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수소를 다시 보다

#기름을 넣고 다니는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동차가 달려도 배출되는 것이 물 뿐이라면 어떨까. 바로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수소 자동차에서 가능한 일이다. 2019년에는 수소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한 연료 전지 분야의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70여 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추산되면서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Photo Image
수소사업단 연구진이 광화학적 수소제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물을 분해하면 산소와 수소로 분리된다. 즉 수소(H2)를 연소시켜도 다시 산소(O)와 결합해 물(H2O)로 환원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생기지 않는다. 이런 청정성이 수소 에너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이 국제 문제로 대두된 지금, 친환경 수소에너지가 화석연료의 대체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21세기 들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수소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물 분해가 우선돼야 한다. 수소는 전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기체지만 지구상에서는 대부분 물이나 탄소화합물로 존재한다. 수소를 대량으로 얻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 분해하는 것이 가장 쉽다. 하지만 수소와 산소가 강하게 결합한 물을 분해하기 위해서 또 다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소를 얻기 위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는 분야는 고온 원자로를 이용한 수소채집법이다. 950도에서 초고온 가스로 높은 열을 이용해 물을 열화학이나 고온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다. 핵 연료를 쓴다는 점과 설비 투자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부각되는 수소에너지 제조의 궁극적 방법으로 부각되는 방법이 광화학적 수소제조기술이다. 바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약 1.23전자볼트(eV)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빛에서 받아 화학반응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광촉매 작용이다. 반도체 물질이 광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광선이 반도체 물질에 흡수돼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프론티어 사업 중 하나인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수소에너지사업단)`에서는 궁극적인 수소 생산기술로 광화학적 수소제조 기술에 대한 소재와 시스템을 연구한다. 내년에는 태양광·수소 전환 효율을 5%까지 만드는 시스템을 목표로 두고 있다. 김종원 사업단장은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물 분해 수소 제조기술과 수소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광화학적 수소제조 기술은 이미 세계 3위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화학적 수소제조 방법과 관련해 지난 1996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특허 정보와 논문정보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특허 41.3%, 논문 29.7%로 가장 선두에 달리고 있다. 일본은 각각 31.9%, 11.2%로 2위를 차지하고 우리나라는 세 번째 (논문 8.7%, 특허 10.1%)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논문 수는 올해까지 1078건에 이르며 그중 사업단에서 발표한 논문은 70%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를 만들어냈다고 끝이 아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장과 연료전지화 기술이 필요하다. 수소는 가스·액체로 수송할 수 있으며 고압가스·액체수소·금속수소화합물 등으로 저장할 수 있다. 기체 상태로 저장하는 것이 가장 쉽지만 부피가 커 경제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최근 효율성 있는 액체·고체 저장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액화 저장을 하거나 수소 저장용 나노구조체, 금속 수소화물 등으로 저장해 활용할 때는 에너지 손실율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김 단장은 “수소저장이라는 관점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가질 만큼 성장했다”며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인류 궁극적 에너지이자 청정에너지인 수소 분야 R&D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료전지 조사기관인 `퓨얼셀투데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소연료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일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