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억달러(약 7조1000억원)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인텔 캐피탈이 투자 포트폴리오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하반기 분사를 앞두고 '수익 극대화'라는 투자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 캐피탈은 지금까지 투자했던 스타트업·벤처 등 기업에 대한 투자 전략을 수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투자 전략은 수익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본사인 인텔과의 시너지를 중시했지만, 하반기 분사를 통해 독립하면서 벤처캐피탈(VC) 본연의 역할에 보다 무게 중심을 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텔 캐피탈은 반도체 공급망 기업이나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전자·IT 분야 스타트업과 벤처에 투자해왔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자체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성장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향을 선회한 건 인텔 구조조정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영효율화를 추진 중인 인텔이 캐피탈을 독립된 회사로 분사시키는 만큼 인텔 캐피탈 역시 독립 기반 확보를 최우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1년 설립된 인텔 캐피탈은 30여년 간 1800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주요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자율주행 △첨단 IT 기술 등이다. 누적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약 28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및 IT 분야 투자업계 큰 손이었던 만큼 인텔 캐피탈의 투자 전략 변화가 업계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인텔과의 협업이 없더라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하거나 기존 투자 기업에 대한 조정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갈등이 심화하는 미·중 관계도 인텔 캐피탈 투자 전략 변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인텔 캐피탈의 아시아 지역 투자는 대부분 중국 기업에 집중돼 있다. 외교·안보 우려 탓에 중국 규제를 강화하는 미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 투자 비중이 축소될 공산도 크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도 인텔 캐피탈 지원을 받고 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네오셈·나노테크닉스, IT기기 입력 장치(크루셜텍), 무선 테스트 및 측정 장비(이노와이어리스) 업계에 투자한 사례가 있다.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텔 캐피탈은 자사 반도체 공급망에 필요한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추진해왔다”면서 “수익성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기존 국내 소부장 투자 기업에 대한 전략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