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30년 성장사-TV] TV 산업 한국 30년사 - 바보상자에서 만능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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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TV 수상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4년 7월 미국 RCA가 한국 대리점을 통해 20인치 폐쇄회로 TV 수상기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한 때다. 당시는 TV 방송이 개국하기 전이었으며 주로 미군 PX에서 유출됐거나 밀거래를 통해 유통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1958년 TV 보급대수는 약 7000여대로 추산된다.

한국 TV 방송은 1961년 12월 국영 TV 방송 KBS가 개국하면서 시작했으나 TV 수상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964년 7월 민영방송 TBC가 개국하고 1969년 8월 MBC가 문을 열면서 활발해졌다.

◇1963년 첫 국산 흑백TV 생산

국내에서 처음 흑백TV를 생산한 기업은 금성사(현 LG전자)다. 금성사는 1963년부터 TV 생산을 준비했으며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기술연수팀을 파견하고 TV 생산시설을 도입하는 등 활발히 움직였다. 이에 따라 1966년 8월 1일 국내 첫 흑백TV `DV-191`을 선보였다.

첫 흑백TV 생산까지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정부가 KBS TV 방송 개국에 따라 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TV 수상기 보급 확대를 꾀했으나 차관 중심의 외화 유입에 따른 외환위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전력 수급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당시 `차관망국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아 TV 방송이 개국한지 5년 뒤에야 국산 TV를 생산할 수 있었다. 첫 흑백TV를 생산한 금성사는 부품 국산화, 물품세와 특관세 인하 등을 정부에 건의해 일본산 TV보다 낮은 가격에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선보였다.

흑백TV는 상당히 고가였지만 큰 인기를 얻어 1968년까지 4만635대를 생산했다. 당시 대졸 신입사원 초임이 1만5000원 정도였는데 흑백TV 한 대 가격은 6만원대에 달했다. 쌀 27가마에 해당하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공개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만 판매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당시 구입신청 경쟁률은 20대 1, 10개월 할부 판매는 50대 1에 달했다.

이는 동남전기, 삼양전기, 천우사, 대한전선, 삼성산요, 동신화학 등이 잇달아 TV 생산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컬러TV 생산은 흑백TV 생산 8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국내에서 컬러TV 방송이 시작하지 않았으나 해외 합작사들이 먼저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컬러TV 방송을 금지했다. 때문에 기존 흑백TV 제조사들은 컬러TV를 개발해 전량 해외 수출만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컬러TV는 아남산업과 일본 내셔널전기가 합작한 한국나쇼날이 1974년 최초로 생산·수출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미국 RCA와 컬러TV 기본 특허계약을 하고 1977년 파나마로 수출을 시작했다.

금성사는 1976년에 컬러TV 시제품 `CT-807`을 선보이고 1977년 8월 미주지역 수출용으로 19인치 `CT-808`을 생산했다.

국내 판매를 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컬러TV 대미 수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나쇼날, 아남전자, 금성사의 수출 규모는 1977년 1600만달러, 1978년 937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컬러TV 수출 공세에 제동을 걸었다. 자국의 TV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 자율 수출규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1979년 대미 컬러TV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00만달러 감소한 72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업계는 컬러TV 방송이 내수시장을 형성해 전자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수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제5공화국이 들어서고 1980년 8월 1일부터 컬러TV 국내 판매가 허용됐으며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컬러TV 방송이 시작했다.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화려한 색감과 생생한 현장감의 영상물은 국민의 이목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상품 광고, 출연자의 옷차림 등 기존 흑백TV 시절과 확연히 다른 변화가 생기면서 국민의 삶의 모습도 함께 변화했다.

이후 국내 시장에서는 14인치대부터 30인치대 대형 컬러TV까지 다양한 모델이 등장했다. VCR을 결합한 TV, 액정 TV, 프로젝션 TV 등 다양한 방식의 TV가 선보였다.

◇PDP·LCD TV이어 3D 스마트TV까지

TV가 점차 대형화하고 고품질 영상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PDP TV 기술 개발이 진행됐다. 1993년부터 후지쯔, NEC, 마쓰시타, 파이오니아 등이 21인치부터 50인치대에 이르는 PDP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대형 PDP·LCD TV 개발에 성공해 일본이 주도하던 기존 시장에서 대형TV 부문을 선점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 아날로그TV 시대를 마감하고 2000년부터 차세대 디지털TV 시장이 열리면서 사활을 건 새로운 제품군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국내 디지털TV 전송방식이 1997년 미국식(ATSC)으로 결정되고 2004년 최종 확정되면서 세계 디지털TV 시장 주도권 경쟁은 한층 뜨거워졌다.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력은 일본을 압도했다. LG는 TFT-LCD 시장 선점을 위해 필립스과 합작한 `LG필립스LCD`를 1999년 11월 출범했다. 국내 기업들의 공세 속에 소니는 대형 패널을 공급받기 위해 삼성전자와 2004년 TFT-LCD 합작사 `S-LCD`를 설립했다.

국내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대형 크기는 물론 얇은 두께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춘 TV 개발로 눈을 돌렸다. LG전자는 수퍼슬림 브라운관 TV와 세계 최초로 생방송 멈춤 기능을 갖춘 `타임머신TV`를 출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 TV 시장에서 2005년 2분기 점유율(판매량 기준) 9.8%로 사상 최초로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후 LG전자는 세계 TV 시장 2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편광방식(FPR) 방식의 시네마3D TV로 세계 3DTV 시장 1위를 목표하고 있으며 스마트TV에 이어 55인치 OLED TV를 연내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세계 LCD TV 시장 1위를 지켰으며 2006년 와인잔을 형상화한 밀리언셀러 제품 `보르도 TV`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이 제품에 힘입어 2006년 11월 세계 TV 시장에서 LCD TV, 평판 TV, 전체 TV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2008년 장미색을 가미한 `크리스털 로즈TV`를 선보여 판매량 2000만대, 세계 점유율 20%, 매출 200억달러를 돌파한 `트리플20`을 달성했다.

2009년에는 파브 LED TV로 더 얇고 선명한 TV를 구현했고 이후 3DTV, 스마트TV로 주도권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까지 6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올해 7년 연속 1위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55인치 OLED TV를 양산해 차세대 TV 시장 선점을 목표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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