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자 서열 3위이자 인수합병(M&A)의 귀재인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지난 6일 대구를 찾았다.
워낙 공개 자리엔 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김정주 대표의 강연은 10년 넘게 친분을 쌓아온 이종원 KOG 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행사는 딱딱한 강연 형식에서 벗어나 두 대표가 질문하고 대답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NXC는 글로벌 행보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NXC는 지난해 말 넥슨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지난 6월에는 엔씨소프트를 인수했다. 확인된 것은 아니나 최근에는 미국 게임 기업을 인수한다는 소문도 있다.
좀처럼 대중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김 대표가 지역에서 처음으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벤처인의 롤모델이자 국내외 투자처를 찾아다니는 그의 방문은 대구로선 행운이다.
투자유치에 열중하는 대구시나 관련 기관은 이런 자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와 만날 수 있을까.
그런데 강연장엔 시 공무원이나 투자유치 관련 기관 관계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요즘 수도권 이외 지역의 자치단체는 첨단 산업 분야 기업과 대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서울에서 대규모 투자유치설명회를 열고 심지어 직원을 해외에까지 보내 기업 유치에 안간힘을 쏟는다.
그런데 정작 대구시는 유망한 투자처와 투자기업을 찾아 방문한 유명인사를 알지 못했다.
물론 김정주 회장이 당장 대구시에 도움을 줄 것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첨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지자체라면 이 같은 정보기술(IT) 거물의 움직임과 산업 파급력 정도는 알아야 한다. 관심의 문제다.
지역적 한계 때문에 김 대표의 방문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면 궁색한 변명이다. 알고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태만이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올린 김 대표는 강연에서 “넥슨이 갈 길은 아직 멀고, 배가 고프다”고 했다.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대구시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 듯하다.
정재훈 전국취재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