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1일, 12일 이틀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G20 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국 경제의 위상은 높아졌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이 같은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 뒤에는 IT가 숨어 있었다. 속속 방한하는 각국 정상들의 경호와 행사 보안에서부터 전 세계 취재진을 위한 지원과 한국 알리기에 이르기까지 IT가 녹아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경호·안전 등 모든 곳에 IT 녹아들어=우선 G20 정상에 밀착해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특수 경찰 50명에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최소형 감시카메라를 장착한 검정색 뿔테 안경을 지급했다. 이들은 정상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영상에 담아 허리에 찬 휴대형 영상 전송시스템을 통해 인근 차량을 거쳐 경호 본부 중앙관제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특수 경찰이 미처 보지 못한 이상 징후를 본부가 모니터링함으로써 만의 하나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파악, 무전으로 실시간 현장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 G20 정상들의 차량 동선과 인근 지역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상공에 띄운 경찰 헬기에도 고해상도 감시 카메라와 장거리용 무선영상 전송 장비를 탑재, 정상들의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본부 관제소에 전송했다.
정상들의 차량엔 특수 GPS시스템을 장착했다. 국내에 러시아산 GPS 신호 교란 장비가 불법 반입, 악용되는 것에 대비해 비정상적인 GPS 신호 교란을 차단하는 특수 GPS시스템을 차량에 부착, 정상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당시 경호 업무에 사용한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 단말기 200여대에도 보안 장치가 탑재됐다. 단말기 분실이나 불법 사용을 막기 위해 사용자 인증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행사장인 코엑스를 중심으로 삼성동 일대에는 고해상도의 CCTV 카메라가 100대가량 추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얼굴인식 기술도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국제공항 출입 시 사전에 접수한 초청자의 이미지를 DB화해 실물과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사장 출입 시에도 실제 출입자인지를 판단해 출입·통제를 현장에서 결정했다.
◇우리나라 간판 IT기업들 세계 향해 `러브콜`=G20 정상회의 기간을 활용해 우리 기업은 세계 최고의 IT기업 인지도를 제고시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정상회의장과 비즈니스 서밋 행사장 곳곳에 LED 3D HDTV와 최신 스마트패드 `갤럭시탭`을 비치해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프리미엄 홍보에 성공했다. 각국 정상과 기업 CEO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만으로도 상당한 홍보·마케팅 효과다.
또 이윤우 당시 삼성 부회장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 윔 엘프링크 시스코 부회장, 토드 브래들리 휴렛패커드 부사장 등을 잇따라 접촉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G20 정상회의뿐 아니라 비즈니스 서밋,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등 서울 회의의 주관통신사로 활약했던 KT는 그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리면서 글로벌 ICT 리더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히는 성과를 거뒀다. KT는 G20 정상들과 참가자들이 머문 호텔에 IPTV를 공급, 자국 공영 방송을 맞춤 제공하는 한편, 스마트패드로 자국 방송을 실시간 서비스해주기도 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왕젠저우 차이나모바일 회장, 세사르 알티에르 스페인 텔레포니카 회장 등과 잇따라 만나 와이파이 로밍과 글로벌 앱스토어(WAC) 협력 등을 이끌어 냈다.
특히 KT는 행사 종료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0 G20 서울정상회의` 유공자 초청행사에서 성공적인 회의 개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도 IT 저력 발휘=G20 정상회의에는 이같이 IT 대기업만 두각을 나타낸 게 아니다. 대학 휴학생 6명이 설립한 트리플래닛은 자사의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인 `트리플래닛`을 `그린플래닛`으로 변환, G20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전시했다. 그린플래닛은 스마트폰으로 가상의 환경에 나무를 심으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기업과 비정부기구(NGO)들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도록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 기획한 앱이다.
G20 서울비즈니스서밋 행사장에는 3D 입체 증강현실 구현 업체인 미디어프론트가 미디어월(하이브리드월)을 설치,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사기도 했다. 당시 만찬 행사장 바로 앞에 설치된 것으로 세계 최정상급 글로벌 CEO들이 대화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미디어월은 이용자가 사진을 찍으면 바로 이메일 전송과 동시에 자신의 사인 또는 메시지를 터치 기반으로 남겨 대형 모니터(가로 6.2m, 세로 2m)에 옮겨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미디어프론트는 대형 모니터에 G20 정상회의 참여국 대표 상징물을 구현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G20 국가 및 개도국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G20 ICT이노베이션포럼`에서는 우리 정부를 주축으로 G20 국가 정부 관계자들이 모이는 ICT 장관회의체를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G20 서울비즈니스서밋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수한 스타트업(Start-Up) 기업을 함께 육성하자는 의견과 함께, 이들 기업에 유리한 법·규제 체제 및 금융제도를 수립하고 연구개발(R&D) 촉진을 위해 혁신기술개발 펀드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 사공일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장(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IT 체험관은 전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성장·발전해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G20 서울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이틀이 지난 2010년 11월 13일. 행사준비단 해단식 단상에 사공일 당시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올랐다. 그는 윤증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핵심 관계자들부터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한명한명 호명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사공 위원장은 “미디어월 등은 우리의 60년 경제 발전사를 세계 언론에 압축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며 극찬했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뒤에는 `G20 전도사`로 불리는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72)이 있었다.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장 자리를 `제 발로` 내려 온 사공 이사장은 이 정부 들어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거쳐 무협회장을 지내고 자신의 고향 같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복귀한 상태다.
“G20 정상회의 이후 전 세계가 한국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휴대폰을 비롯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에서 한국은 정말 돋보이는 기적과 같은 나라입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5대 주력 수출품이 철광석과 텅스텐, 생사, 무연탄, 오징어였으나, 이제는 반도체와 휴대폰, 평판 LCD, 자동차 등으로 바뀌었다고 사공 이사장은 강조했다.
사공 이사장은 준비위원장으로서 G20 서울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또 무역협회장 재직 시에는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가 성공한 것은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우리 국민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협조해준 덕분이었습니다. 무역 1조달러도 기업인과 근로자, 정부가 그야말로 함께 기적을 이룬 것입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공 이사장의 인맥은 그의 측근조차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사공 이사장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정책 핵심 브레인이었던 로런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 월가 금융 개혁을 주도한 폴 볼커 전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싱크탱크인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세계은행 총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과 수시로 국제경제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지금도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은 행사의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에 당시 위원장이었던 사공 이사장의 거미줄 같은 국제경제 및 외교 인맥이 크게 기여했다고 입을 모은다.
거시경제 전공자답지 않게 요즘 사공 이사장은 일선 중소기업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무협 회장 때부터 지방중소기업 애로해결사를 자처하며 전국 12개 산업단지 공단을 직접 방문, 지역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던 그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마지막으로 국가에 봉사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