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소재부품 초일류 꿈꾼다] <4부> 반도체 韓流는 지금부터다 (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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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HS아이서플라이)

# 올 2월 세계 반도체 업계에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의 엘피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본격화된 D램 시장 치킨 게임으로 1년만에 독일 키몬다가 퇴출된 이후 반도체 업계를 재편할 메가톤급 충격이었다. 이후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펼쳤다. 결국 5개월 만에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D램 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포함한 3강 구도로 재편됐다. 이런 격동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우리나라의 D램 시장 점유율은 64%를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주도권을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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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구조조정의 광풍이 다시 불어닥칠 기세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급속한 확산으로 모바일 시장 대응력이 업계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메모리에 비해 열악한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장비 및 부품소재 동반 성장,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숙제가 여전하다. 이 같은 시장 재편기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일은 미룰수 없는 과제다. 기반은 탄탄하다. 앞선 미세 공정 기술력과 설비 투자 능력은 경쟁 업체들이 넘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제 30여년간 쌓은 체력을 온전히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시켜 `반도체 한류(韓流)`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본지는 연중기획 `소재부품 초일류 꿈꾼다` 네번째 주제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냉철히 살펴보고 과제를 진단한다.

◇국가 주력산업 위상 공고=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1992년 이후 20여년간 3년(2008, 2009, 2011년)을 제외하고는 수출 1위 품목을 놓치지 않으며 국가 기간 산업의 위상을 지켜왔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세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됐다.

실제 2008년 49%였던 우리나라 업체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현재 65% 수준까지 늘었다. 1년 이상 앞선 미세 공정 기술로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앞선 덕분이다. 일본 엘피다 등 경쟁업체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처럼 메모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반도체 최강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초기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산·관·학의 탄탄한 협업이 큰 역할을 했다. 또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개발에서 제조에 이르는 완벽한 사업 구조로 대만 등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메모리 반도체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평가다. 미세 공정과 같은 뚜렷한 지향성이 있고, 개발에서 양산까지 수백가지에 이르는 공정을 대규모 협업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1980년대 PC 혁명을 비롯해 2000년대 플래시 메모리의 부상, 현재의 모바일 시대에 맞춰 선도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고 양산함으로써 시장을 주도한 것이다.

권오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는 여러 차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산관학이 뭉쳐 과감하게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경기가 회복됐을 때 더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제품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균형 발전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 과제=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산업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008년 2600억달러 수준이던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 3200억달러, 오는 2016년이면 4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꾸준한 신장세는 시스템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향후 2~3년 간 600억달러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16년 26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네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 수준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우리나라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에 머무르는 이유다.

하지만 가능성은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점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도 우리나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올해 사상 처음 시스템 반도체 투자가 메모리를 추월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또 중소 팹리스 업계 육성을 위해 판교에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등 성장 기반도 차근차근 구축되고 있다.

◇대·중소 동반 성장 실천을=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소자 산업은 부품·소재·장비 등 후방 산업군 협력사들과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다. 미세 공정 및 차세대 제품 개발·양산을 위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나노급 미세공정 및 450㎜ 웨이퍼 신공정 개발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서 국내 중소 협력사들의 참여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비 산업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공정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규모가 작은 국내 장비 업체들은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장비 업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면서 장비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흔들리고 있는 반도체 후방 산업군의 기반을 다잡아야 할 시기다. 반도체 업계 재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진정한 반도체 한류를 위해 다시 한번 산·관·학이 뭉쳐야 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