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인터넷뱅킹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업체들 간 담합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됐다.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오는 7일 입찰 경쟁업체와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HP와 이 업체와 한국산업은행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웹케시의 양측 대질심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웹케시가 한국HP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한 지난 3월 말 이후 6개월 만이다.
남부지방검찰청은 그동안 양측 주장을 토대로 사전 조사를 실시했지만 뚜렷한 담합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국HP가 한국산업은행에 제안한 입찰 금액이 34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은행측에서 제시한 예상가격(예가) 보다 100억원 가량 높고 유사 규모의 시중 은행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웹케시는 한국HP가 입찰 경쟁업체인 삼성SDS와 짜고 일종의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입찰 과정에서 컨소시엄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입찰 경쟁사에 유리하게 입찰 내용을 조작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HP는 웹케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번 대질심문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질 내용은 한국HP와 웹케시의 컨소시엄 관계 여부와 한국HP가 프로젝트 예가보다 왜 더 높은 금액의 입찰가를 제시했는지다.
두 업체가 가장 이견을 보이는 것은 두 업체 간 관계다. 웹케시 측은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HP측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았으며 단순 협력사일 뿐이라 제안 금액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HP 측은 자사가 낙찰되든 삼성SDS가 낙찰되든 서버 공급권을 갖게 되는 상황이라 담합을 맺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웹케시측은 “두 업체가 수차례 미팅을 가졌고 양사가 주고 받은 이메일에서도 컨소시엄이라는 용어가 있다”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것은 의도적으로 정상적 입찰 및 경쟁을 방해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입찰가는 한국한국산업은행이 제시한 프로젝트 예산 248억9300만원보다 훨씬 높은 343억원이다. 웹케시와 한국HP가 논의한 최종 가격은 215억원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예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입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평가다.
이번 대질심문에서 웹케시가 컨소시엄 참여 업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웹케시의 고소는 성립되기 어려워지고 한국HP는 높은 가격으로 제안한 가격의 근거가 부족할 경우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될 여지가 높다. 대질심문을 기점으로 이번 사건의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