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한국에 상륙한 `아이폰` 열풍이 강도를 더해가던 2010년 6월. 수세에 몰렸던 삼성전자가 비장의 무기 `갤럭시S`를 꺼냈다.
갤럭시S는 삼성전자가 `옴니아`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동시에 시장 판세를 뒤집고자 내놓은 역작이었다.

당시 사후지원(AS) 불안으로 아이폰을 꺼렸던 기자도 갤럭시S를 선택했다. 제품은 좋았다. 디스플레이는 아이폰에 비해 한층 선명했다. 국내 사용자에 최적화된 다양한 앱도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갤럭시S는 성공했다. 후속 모델 `갤럭시S2`는 더 큰 성과를 얻었다. 최신작 `갤럭시S3`는 출시 전에 텐밀리언셀러를 예약하며 아이폰에 버금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당시 갤럭시S를 처음 거머쥘 때 `화면이 큰 아이폰`이라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독창성 여부를 떠나 이미 아이폰이 일반적인 스마트폰 모습으로 각인돼 있었기 때문이다.
둥근 모서리를 지닌 직사각형 모양, 정전식 터치스크린, 화면 하단 중앙에 자리잡은 홈 버튼, 마켓에서 원하는 앱과 콘텐츠를 내려받아 나만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방식. 이들 모두가 애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갤럭시S는 `아이폰 뒤에 나온 스마트폰`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국 특허소송 평결에 참여한 배심원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배심원들이 정량화된 기준없이 감성적으로 디자인 특허 침해 결정을 내린 것이 옳은지는 접어두자. 중요한 것은 그만큼 시장 선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특유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애플을 따라잡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미국 특허전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어느덧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한번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날 때다. 삼성전자는 최근 S펜, 대화면 등으로 특징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특허전쟁이 안겨준 과제는 명확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 모두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