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발광다이오드(LED) 핵심 소재인 사파이어 결정을 스마트폰 강화유리 대체 소재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도입하면 스마트폰 소재 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사파이어를 자사 제품에 적용할 목적으로 일본과 한국 등 세계 사파이어 제조사에 공급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애플이 강화유리를 사파이어로 대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일본 가공 업체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며 “유리는 잘 깨지다 보니 강도가 높은 소재를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애플은 한국 기업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계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루미나를 녹여 만드는 사파이어 결정은 강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한 단단한 성질로 외부 충격에 강하다. 빛 투과성도 좋아 LCD나 OLED 등 디스플레이 성능을 최대한으로 구현해낼 수 있다. 강화유리처럼 제품 전면이나 후면에 부착되는 부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일부 고급 시계에는 유리 대신 사파이어가 쓰인다. 군사용 소재로도 활용된다.
사파이어는 유리보다 값이 비싼 게 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ED보다 품질 수준을 조금만 낮춰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LED 업황 부진으로 사파이어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양산 물량을 확보하면 가격을 낮출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사파이어를 스마트폰 강화유리 대체 소재로 실제 적용하게 되면 관련 소재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연간 판매량 5억대에 육박하는 거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유리와 사파이어가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 LED 불황에 타격 받은 사파이어 업계에는 신시장이 열리는 동시에, 코닝을 필두로 한 유리 업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닝 강화유리는 아이폰에 처음 적용된 후 업계 표준처럼 저변을 넓혔다. 새 대체재가 등장하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