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전방위로 확산되는 SW라이선스 갈등, 해법은 없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기관 및 기업의 SW라이선스 갈등 주요 사례

초대형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지사가 우리나라 국방부를 대상으로 SW 라이선스 이슈를 제기했다.

국방부가 클라이언트접속허가(CAL)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등 총 2100억원 규모 SW를 불법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핵심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글로벌 기업이 SW 불법 사용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MS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정면 대응에 나섰지만 한 나라 국방을 총괄하는 부처로서의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외산 SW 기업의 불법 사용 문제제기는 금융·제조 등 민간기업을 넘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자칫 대한민국 최고 기관 및 기업이 외산 SW 기업의 새로운 수익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 전자신문 CIO BIZ+는 국내 기관 및 기업이 겪고 있는 SW 라이선스 갈등과 그 원인을 분석해 봤다. 최고정보책임자(CIO) 대응방안도 제시한다.

SW 라이선스 갈등은 2000년 들어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사건이 2005년 하나은행과 한국MS 간 기업일괄구매(EA) 라이선스 계약 갈등이다. 한국MS는 하나은행이 30억원대 불법SW를 사용하고 있다고 당시 CIO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하나은행도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이후 2010년 한국IBM과 한국MS,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등도 글로벌 정책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국내 기업 대상 라이선스 이슈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금융·제조·유통·건설 이어 공공도 라이선스 갈등=대규모 라이선스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IBM이다. 한국IBM은 2010년 본사 소프트웨어라이선스리뷰(SLR) 정책에 따라 국내 대형 금융사에 라이선스 이슈를 제기했다. 먼저 농협에 인포믹스 제품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수백억원 규모 SW 라이선스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어 외환은행에는 MQ 소프트웨어를 불법 사용하고 있다고 추가 비용 18억원을 요구했다. 라이선스 갈등은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확대됐다.

MS도 마찬가지다. 한국MS는 2011년 대형 식품 제조업체인 A사에 사업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수 기준으로 80%의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 갈등이 심화됐다. A사는 전 직원 중 상당 부분은 생산현장 직원이기 때문에 PC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한국MS가 일방적으로 라이선스 추가 계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형 제조업체인 B사도 한국MS가 총직원 수 대비 라이선스 계약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 회사 CIO는 “MS 국내 총판 직원이 일정 규모 이상만 구입하면 그 이상을 사용해도 문제삼지 않겠다고 말해 계약을 체결했는데 경기가 나빠지니까 갑작스럽게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어도비시스템즈도 국내 대기업 대상 불법 SW사용 문제를 잇따라 제기했다. 국내 해운업계 1위사인 C사는 한국어도비시스템즈의 일방적인 불법 SW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추가 계약 요구로 곤욕을 치렀다. C사 전체 직원 수 대비 라이선스 규모가 작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C사 직원 중에는 PC를 사용하지 않는 선박 운항 및 항만 인력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최대 화학회사인 D사도 한국어도비시스템즈의 추가 SW라이선스 계약 요구를 받았다. 도급 순위 5위권 내 건설업체인 E사도 불법 SW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을 지불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대형 유통업체인 F사는 한국오라클과 SW 라이선스 이슈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외산 SW업체의 라이선스 추가 계약 요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후 더욱 심해졌다.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인 G사 CIO는 “한미 FTA가 시행되자 일주일 사이에 2개의 외산 SW업체 한국지사 관계자가 방문, 라이선스 계약 규모가 직원 수에 비해 작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외산 SW 라이선스 갈등은 공기업 및 공공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MS는 대한지적공사 PC 수 대비 라이선스 계약 1400카피가 부족하다고 문제삼았다. 지적공사의 1400대 PC에는 MS 오피스가 아닌 한컴 오피스가 설치돼 있다. 가장 보수적인 국방부 대상으로 불법 SW 사용에 따른 2100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관·기업 불법SW 인식 부족 가장 큰 문제=외산 SW 라이선스 갈등이 민간·공공 전 방위로 확산되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 기관 및 기업이 불법 SW 사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갈등을 겪은 기관 및 기업 중 상당수는 SW를 일정 부분 불법 또는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재계약을 했다.

국내 기관 및 기업이 불법 SW를 사용하는 배경에는 계약 당시 국내 총판(대리점)의 부도덕함이 있다. 총판 업체는 본사에는 수주 금액만큼 라이선스 규모를 등록하고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수의 제품을 공급했다. 글로벌 SW 기업 본사에서 승인하지 않은 저가 수주를 위해서다. 이후 SW 사용 실태를 점검하면 해당 SW를 구매한 기업은 영문도 모른 채 불법 SW 사용 기업이 되고 만다. 농협과 외환은행이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자체적으로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관행도 문제였다.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은 실제로 필요한 SW 규모를 산정하지 못해 계약 자체를 부족하게 하는 일이 있다. 과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이러한 문제로 MS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갈등을 겪었던 기업이 해당 SW 추가 계약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경기 침체로 불법 SW 사용에 따른 추가 라이선스 비용 요구를 새로운 수익전략으로 여기는 SW 기업의 일방적인 정책도 문제다. 상당수 기업은 직원 수 대비 적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받았다. 일괄구매계약(EA) 하에서는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나 기업 대부분은 계약부터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여러 종류의 SW를 하나로 묶어 계약하게 하는 정책도 강요하고 있다. 기관 및 기업은 필요 없는 SW까지 구매해야 처지에 놓이게 됐다.

최근 불법 SW를 사용하지 말자는 사회운동을 활용하는 외산 SW 기업도 문제다. 국내 대기업이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자 일단 문제제기부터 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일부 협회·단체는 올바른 사회운동을 악용, 외산 SW기업과 함께 무분별하게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기관 및 기업의 SW라이선스 갈등 주요 사례

자료 : 각사 종합

[CIO BIZ+]전방위로 확산되는 SW라이선스 갈등, 해법은 없나

특별취재팀=신혜권기자(팀장) hkshin@etnews.com,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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