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를 리눅스로 마이그레이션하는 U2L(Unix to Linux) 사례가 늘고 있다.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상면 공간 확보, 성능 향상 측면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U2L 마이그레이션은 더 이상 권고 수준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 U2L 마이그레이션 사례는 GS홈쇼핑이다. 회사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U2L 프로젝트에서 유닉스서버 50% 이상을 리눅스 기반 x86서버로 교체했다. 현재 핵심 시스템인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재구축과 함께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까지 전체 시스템 90% 이상을 리눅스 기반 x86서버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저비용 고성능 신규 IT환경 고민=TV와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GS홈쇼핑은 하루 평균 홈페이지 페이지뷰가 2000만건 이상인 대형 온라인 쇼핑 회사다. 몇 초의 시스템 다운도 고객 불편과 비즈니스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권 못지않은 시스템 안정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업무의 99% 이상을 유닉스서버로 처리해왔다.
GS홈쇼핑이 리눅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 선진 인터넷 기업은 x86서버 기반에서도 대용량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많은 운용 비용을 들여가며 유닉스서버를 사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GS홈쇼핑은 비용은 낮추고 효율은 높여주는 신규 IT환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리눅스·x86서버`였다. 유닉스서버 유지보수비가 리눅스 기반 x86서버 도입비에 같은 기간 유지보수비를 합한 것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세 배 가까이 비용차이가 나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몇 배 높았다. x86서버 성능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도 이런 결정에 힘을 실었다.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GS홈쇼핑 U2L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서호석 차장은 “처음에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라 일부 서비스부터 조금씩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인프라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까지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마이그레이션에 따른 영향도 등 면밀한 사전조사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인터넷 포털이나 기술기업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리눅스를 사용하는 곳이 드물었다. GS홈쇼핑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성능과 비용절감 등 확실한 효과를 제시하면서 큰 반대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버 마이그레이션으로 TCO 60% 절감=4~5년간 소규모 업무 적용에서 효과가 검증되자 GS홈쇼핑은 2010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U2L 마이그레이션을 시작했다. 핵심 업무인 방송과 인터넷 몰을 관리하는 주요 DB와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리눅스·x86서버로 전환했다. 플랫폼은 비용과 성능, 크기, 전력 등을 고려해 델 x86서버로 선정했다.
기존 유닉스서버 18대가 대상이었다. 우선 신규 업무를 리눅스·x86서버 4대에 적용했다. 기존과 달리 핵심 업무였지만 이미 오랜 기간 검증을 했고 운영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유닉스서버 18대의 리눅스·x86서버 전환을 모두 마무리했다.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자바 애플리케이션은 손쉽게 이전할 수 있었고 플랫폼에 종속적인 상용 애플리케이션은 x86·리눅스 버전으로 다시 설치했다. 서 차장은 “DB는 플랫폼에 맞춰 수정 작업이 진행되는데 이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마이그레이션 대상 중 핵심 업무는 E커머스(EC) 분석이었다. EC 분석은 고객의 상품 구매와 기간 등을 분석해 통계 자료를 내는 업무다. 하지만 배치 수행 시간이 너무 길어 현업 불만이 높았고 DB서버는 크기에 비해 느리고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었다. GS홈쇼핑은 중대형급 오라클 DB도 리눅스·x86서버에서 충분히 가동이 가능하다고 보고 마이그레이션을 추진했다.
테스트서버 설정과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에 한 달이 소요됐다. 우선 서버 운용체계(OS)와 스토리지 공간(볼륨)을 구성하고 오라클 DB를 리눅스·x86 버전으로 설치 후 마이그레션을 추진했다. 1주일간 내부 테스트를 하고 하루 동안 시스템 수정을 진행했다. 이후 원본 DB를 이관했다.
EC분석 DB서버 마이그레이션 이후 배치 수행 시간은 로그가 4.54배, 고객동선이 4.09배, 상품은 2.45배 개선됐다. 특히 기존 시스템 4년간 유지보수비용이 7100만원이었던 데 반해 4년간 유지보수비와 시스템 도입비까지 합해 2900만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인식 전환이 최우선 과제=서 차장은 “EC분석 DB서버 마이그레이션으로 총 배치 성능이 2.5배 높아졌고 4년간 하드웨어 총소유비용(TCO)은 42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중대형급 오라클 DB의 x86·리눅스 플랫폼 적용이라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GS홈쇼핑은 지난 달 ERP 시스템의 리눅스·x86서버 마이그레이션에 착수했다. ERP 재구축과 동시에 진행되는 사업으로 내년 7월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주요 영역에서 애플리케에션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고 DB 역시 2년의 운영 경험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에도 감가상각이 끝난 유닉스서버를 지속적으로 마이그레이션해나갈 계획이다.
서 차장은 ERP 프로젝트와 같이 다른 프로젝트가 있을 때 U2L 마이그레이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평상시 여유 시간을 활용해 조금씩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IT 인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이그레이션은 다른 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게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차장은 “요즘 문의가 들어오는 걸 보면 U2L 가치를 깨닫고 시도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도 생각만 굴뚝같은 곳이 많은데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는 리눅스를 보는 인식 전환”이라고 말했다.
GS홈쇼핑 EC분석 DB서버 U2L 마이그레이션 효과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