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이노베이션리더]이종건 한국은행 전산정보국장

“IT 의존도가 높은 금융권은 IT부서의 생산성이 조직의 생산성과 직결됩니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정보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제가 경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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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 출신으로는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 자리에 오른 이종건 전산정보국장은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다. IT 출신 CIO만큼 정보시스템의 생리를 잘 알거나 IT지식이 해박하지는 않다.

하지만 81년 입행해 30년 이상 경제연구 분야에 종사해 왔기 때문에 그간의 경험을 IT업무에 접목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현업 출신 CIO가 가진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겠다는 게 이 국장의 포부다.

이 국장은 우선 IT부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T부서는 `돈만 먹는 공룡`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여야만 IT투자의 당위성을 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인 한국은행은 예산을 효과적으로 분배·투자하는 일이 일반 은행에 비해 더욱 중요하다. 투자 대비 효과(ROI) 예측이나 업무 우선순위 분석 등 IT조직에 그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이유다.

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입장에서 정보화를 추진하는 일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IT부서에서 아무리 노력해 정보화를 추진하더라도 현업부서는 이를 잘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현업의 이해도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업과 IT부서의 간극을 좁히는 비즈니스관계관리(BRM) 활동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BRM 활동 대상을 국장 등 상위 직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내가 전산정보국장에 임명된 것도 현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중심으로 사용자 IT 만족도를 높이자는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기존과 다른 접근법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제8차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마쳤다. 5년마다 수립하는 한국은행 ISP는 경영목표 달성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정보화 현황을 판단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에 IT거버넌스와 정보시스템, 정보인프라 등 3개 부문에서 총 11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국장은 “전산정보국에 와서 보니 정보화 수준이 선진국 중앙은행에 비해 조금 뒤처져 있었다”며 “이번 ISP에서 도출된 과제들을 올해부터 차근차근 수행해 정보화 수준을 선진국 중앙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2016년까지 ISP 도출 11대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착수한 과제는 정보시스템 부문의 `금융기관 경영분석시스템 재구축`과 `경제분석 및 조사연구 지원을 위한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지난해 한은법 개정에 따라 한국은행 설립목적에 추가된 `금융안정 임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다. 그동안 한국은행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물가안정에 업무의 중점을 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금융위기가 연이어 닥치면서 경제성장과 고용안정 등의 근간인 금융안정에 업무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

지난해 마련된 한은법도 이런 추세를 반영했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에 관여하는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경제와 금융시장 관련 정보수집과 분석 기능을 극대화하는 게 이번 사업의 목표다.

이 국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물가와 금융안정 책무를 맡은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게 올해 한국은행 전체의 이슈”라며 “전산정보국은 이런 이슈에 맞춰 효율적 의사결정시스템을 지원하는 중요한 과제를 맡았다”고 말했다.

올해 시작할 또 하나의 사업은 정보인프라 분야의 재해복구(DR) 체계 강화 사업이다. 한국은행 DR센터는 현재 대전에 위치하고 있는데 계정계만 DR체계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 정보계와 내부 업무 데이터는 실시간 백업은 되지만 재해 발생 시 바로 복구가 가능한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다. 따라서 2016년까지 4년여에 걸쳐 완벽한 DR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망분리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가상 데스크톱(VDI) 방식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새로운 기술이 출현함에 따라 검토 기간을 늘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물리적 망분리는 후순위로 미루고 PC 기반 망분리와 VDI 위주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정보화 사업과 더불어 김 국장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IT거버넌스 체계 강화다. IT조직과 인력 역량 강화, IT투자성과평가체계 수립, IT서비스관리체계 고도화가 예정돼 있다. 이 중 인력 역량 강화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추진된다.

이 국장은 “10년 안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면 한국은행 IT조직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지금부터 전체 인력의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개발경로(CDP) 기본 방향을 설계하고 IT학점 취득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 구조에 변화도 꾀한다. 현재 한국은행 전산정보국은 해당 업무별로 분석, 설계, 코딩 인력들이 별도 존재한다. 이를 기능(function)별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재구성할 방침이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전문성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국장은 “`IT도 결국은 사람 장사`라는 말처럼 개인 업무에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동기유발을 해야만 조직과 개인 모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력

198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 국장은 경제연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5년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 1996년 일본은행금융연구소 객원연구원, 2000년 세계은행 금융정책국 등 외부 조직 근무 경험도 풍부하다. 2010년 뉴욕사무소장을 거쳐 올해 3월 전산정보국장에 선임됐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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