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 경영과 명품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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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명품 사랑(?)은 병적이다. 통상 기업이 다른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추진할 때는 이런저런 눈치를 보게 마련인데, 한국에 진출한 명품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케팅 컨셉트가 도도하면 도도할수록 더 잘 팔린다.

산업화 초기에 우리는 국산품 애용 운동을 전개했다. 수출입이 균형을 이룰 때쯤 국산 장려 분위기는 희석됐지만, 외제 사치품은 계속 경계했다. 하지만 어느덧 외제 사치품이란 용어도 자취를 감추고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외제 사치품이란 표현이 우아한 `명품`으로 탈바꿈한 데는 사실 우리 내부 사정도 작용했다. 한국은 대표적인 무역 기반 경제국이다. 명품 수입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무역 균형 차원에서 필요악이다. 주고받는 것이 무역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억울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이윤 몇 푼을 위해 간도 쓸개도 빼주고 수출 주문이 떨어지면 밤새우기를 밥 먹듯 한다. 그렇게 해서 챙기는 돈은 명품 가방 몇 개와 `퉁치면` 끝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명품 시장은 우리에게도 무한한 기회가 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 명품 수요는 증가일로다. 이제는 우리도 명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소비자 중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이런 흐름을 간파한 정부는 최근 기업들과 `명품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 `명품`이 정부 독려로 탄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트렌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취지다.

눈에 띄는 것은 `명품` 하면 소비재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명품의 범주에 자본재도 포함시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 인사이드`가 좋은 예다. 상품 속에 숨겨진 명품 부품이 해당 상품의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반도체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했던 `Itzin(IT`s in·안에 있다)`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 안에 어떤 `명품 부품`이 들어 있고 어떤 `명품 장비`로 만들었는지가 곧 부가가치를 높이는 `명품 스토리`가 되는 시대다.

명품 개념을 자본재로까지 넓혀 보면 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명품 창출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를 지향하는 우리 산업계 `창조 경영` 수요와도 맞닿아 있다. 글로벌 시장은 그 누구에게도 영원히 1등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그레이드 코리아 이미지와 세계 문화 중심에 우뚝 선 한류 열풍은 코리아 브랜드 명품 탄생의 든든한 기반이다. 명품 전략은 우리 산업의 `넛 크래커` 탈출구이자 코리아 퀀텀 점프의 돌파구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