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공세를 펴온 오스람이 핵심 무기를 잃었다. 소송의 근간이던 발광다이오드(LED) 특허가 무효화됐다.
특허심판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월 독일 조명업체 오스람 측을 상대로 제기한 LED 핵심 특허 두 건에 삼성 주장을 받아들여 오스람 특허를 무효 판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특허심판원은 오스람 측 특허의 정정 명세서가 특허법이 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해당 특허 기술도 모두 선행 자료와 비교해 진보성을 만족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결론냈다.
무효판정 받은 오스람 특허 두 건은 청색 LED가 내는 청색광을 백색광으로 바꾸는 `화이트 컨버전`에 관한 것이다.
LED조명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아 오스람은 한 대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등 국내 산업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
오스람의 화이트 컨버전 특허를 무효화한 건 이번이 세계 두 번째다. 작년 2월 유럽(EU)에서 진행된 대만 킹브라이트와의 소송에서도 무효 판정을 받았다. 오스람의 특허 영향력이 앞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사법 체계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특허 기술 의미는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평가했다.
오스람 측은 특허심판원 결정에 항소 여부 등 즉각적인 응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오스람과 삼성·LG 등 국내 기업 간에 복잡하게 얽힌 특허 분쟁의 실타래를 풀어낼 판정이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스람과 삼성·LG는 특허침해 등 민사 소송도 병행 중이다. 오스람이 소송에서 주장하는 근거가 사라진 셈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오스람과 삼성·LG는 작년 3월 이후 특허심판원에 총 40건의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한국·중국·미국 등지에서 분쟁을 벌였다.
고준호 심판장은 “이번 사건은 관련 쟁점이 많고 제출된 증거가 방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해 나머지 사건들도 신속히 심리를 진행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스람은 LG이노텍을 상대로 무역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이때도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