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한마디해야 할 것 같다. 부처개편 논의 얘기다. 가히 백가쟁명 식이다. 부처 이해만 난무한다. 흡사 개인과 집단의 영달이 목표인 듯하다. 과정은 중요치 않다. 정치권 논리를 닮아가는 것 같다. 정권 교체기의 풍경쯤으로 치부할 수 있다. 실제 정치적으로 보면 그렇다. 미래 정권이 현 정권과 차별화를 위해 행정부 개편론을 들고 나온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길 수 있는 카드다. 정권 말기의 상황은 그래서 과거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논의 방향이 엉뚱한 곳을 향한다. 현 정부가 4대 강 사업 등 토목건설에 올인하면서 국력을 총동원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래 성장동력과 비전에 그만큼 취약했다. 특히 미래부로 일컫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해체를 두고 여야 전·현직 지도부와 정권 핵심 인사들이 고해성사를 한 바 있다. 심지어 입법부와 사법부 수장도 부처 해체의 잘못을 시인했을 정도다.
색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현 정부 들어 정보기술(IT) 정책이 잘못된 게 뭐 있느냐는 주장이다. 휴대폰·TV·반도체 등 IT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IT 수출도 늘었다는 것이다. 부처개편 논의에 반격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IT 수출이 2007년 1301억달러(6위)에서 2011년 1570억달러(5위)로 늘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2007년 2.0%(7위)에서 2011년 24.0%(1위)로 올라섰다. 전체 IT산업 성장률도 9.6%로 세계 평균 5.7%를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전 정부는 위피·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주요 IT정책에서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시장 창출과 세계 시장 적응에서 뒤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현 정부 성과를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제연합(UN) 전자정부 지수 1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정보통신 지수 1위, 세계경제포럼(WEF) 네트워크준비 지수 10위 등 전 정부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결론도 나왔다. 현 정부부처가 가장 이상적·현실적인 거버넌스라는 것이다. 전 정부가 부처 의사결정 기구의 난맥상을 가져온 것에 비해 현 거버넌스는 역대 최고 행정효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통부를 해체하고 행안부·문화부·지경부·방통위에 업무를 분산시키면서 수출과 내수, 기술 발전 측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주장이다. 전 정부서 특혜를 누렸던 일부 인사들이 기득권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부처개편 논의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그럴듯해지는 대목이다.
본질이 호도됐다. 부처개편 논의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공학 방식을 채택한 셈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부처개편 논의가 불편한 사람들`이 제시하는 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IT산업의 성장률이나 수출지표 등 자료는 민간부문 성취에 근거하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내놓은 IT산업 정책이란 게 무엇인가. SW산업진흥법 이외에 기억이 없다. 민간부문 성취를 정부 정책 성과물로 쓰는 것도 우습지만, 정권 핵심 인사들과 행정부 고위 관계자, 입법·사법부 수장들이 인정한 부처개편의 잘못을 공무원들이 뒤집는 것은 더욱 상식에 맞지 않다. 부처 거버넌스가 잘돼 그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처개편 논의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수가 인정한 사실을 진흙탕 논리로 전환시켜서는 국가 미래가 없다. 국가 행정의 대상은 국민이며,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전제하지 않는 부처개편은 의미가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