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업계 인력단절에 소통창구 줄어든다

여름철 전력피크를 앞두고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전력업계의 소통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10년 넘게 한국전력·전력거래소·발전회사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 협조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중론이다.

기관 간 소통부재는 지난해 9·15 순환정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소통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심화된 기관 간 교류 단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문은 2001년 이후 입사자의 상호교류 및 현장경험 부재다. 이들은 과거 한국전력 입사자들과 달리 각 개별회사로 입사한 탓에 업무협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한국전력·전력거래소·발전회사 간 협조업무는 아직도 경력 10년 이상의 차장직급 이상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10년차 이하 직원 비중은 올해로 3분의 1 수준을 넘어섰다. 여기에 일반 사무직을 제외하면 전력 관계사들과 업무 협조가 가능한 기술 및 운영 직군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해당 업계는 보고 있다.

발전·송배전·계통 등 전력운영 업무 전반을 모두 경험한 이른바 멀티플레이어가 점점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이 되었던 전문 인력들은 은퇴시기가 다가오면서 매년 현장을 떠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방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전력업계는 이를 개선하고자 실무자 차원에 기술교류회를 열거나 필요 시 인력 파견 교류를 통해 소통을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력거래소도 신입 직원 입사 시 4~6주간 발전현장 견학 및 송배전 업무 교육 등을 진행해 현장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9.15 순환정전 사고 이후에는 신입직원에 대한 타사 업무 교육을 6개월 확대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단발성 기술교류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전과 발전회사와는 달리 독립기관으로 있는 전력거래소는 상호 파견근무가 없어 인력단절에 더 취약한 구조다.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거래소가 은퇴한 계통전문가를 다시 불러들인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육이나 연수 같은 방법으로는 전력운영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각 직종에 몇 년씩 파견근무를 통해 현장경험을 축적하는 전문 직군 육성 시스템을 마련해 향후 수요예측과 계통운영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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