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전자종이 사업에 뛰어들었던 브리지스톤이 LCD의 저가 공세에 밀려 8년 만에 백기를 들었다.
닛케이산업신문은 16일 일본 타이어회사 브리지스톤이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해온 전자종이 사업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2010년부터 전자종이를 생산하던 이와타 공장 라인은 10월 말까지만 가동하고 중단된다. 이와 함께 브리지스톤은 전자종이 사업과 컬러 전자종이 등 관련 기술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 2004년부터 전자종이 사업을 추진해온 브리지스톤은 2009년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상품 정보와 가격을 표시하는 진열대용 전자라벨을 첫 제품으로 내놨다. 이어 2010년에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10억엔을 투자, 전자종이를 생산해온 각 지역 공장 설비를 시즈오카현 이와타시에 위치한 이와타 공장에 통합해 새로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대만 업체와 e북 단말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전자책 신제품 `에어로비(AeroBee)`의 상품 등록까지 마쳤다. 흑백 전자종이에서 탈피해 처음으로 컬러 전자종이를 채택한 이 제품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등 상용화가 추진됐으나 사업 포기로 결국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브리지스톤이 이처럼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자종이 사업을 돌연 포기한 것은 전자종이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LCD 패널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CD 패널 가격이 낮아지면서 흑백 전자종이가 주류였던 전자책 단말기 업체들이 대부분 신제품에 LCD를 채택하면서 전자종이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자종이는 LCD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전기소모량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유지되고 눈의 피로도도 낮다. 그러나 LCD 패널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가장 큰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전자종이는 브리지스톤 외에도 일본 후지쯔와 미국 이잉크(E-INK), 시픽스이미징(Sipix Imaging) 등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CD 패널 가격 하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나머지 전자종이 업체도 관련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