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기고/신용카드, 고객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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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기술은 관련 시장뿐 아니라 관련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혁신의 영향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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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크 영향이 가장 집약적으로 복합화돼 나타나는 영역이 신용카드 비즈니스다. 금융과 통신의 결합 외에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는 제2, 제3의 변화 물결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신용카드 회사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부족하다. 변화의 물결에 임하는 신용카드 서비스의 대응 방향을 라이프 플랫폼(Life Platform) 관점에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상시 접속이나 접속의 일상화 시대는 이를 지원하는 상시 접속 스마트 매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장비 안에는 개인의 다양한 취향을 지원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들이 내장돼 실시간으로 정보의 밀어내기(Push) 기능과 함께 결제시스템이 가동된다. 결제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GLM(Google License for Marketplace) 사업자와 iOS 진영의 애플이 모두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주목할 만한 결제시스템 정책변화가 있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등록한 앱에서 휴대폰 결제 기능을 없애버린 것이다. 애플이 `변경된 지침을 따르지 않은 앱들은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고 통보하자 국내 개발사는 자신들의 앱 제품에서 일제히 휴대폰 결제기능을 없애 버렸다. 애플은 이렇게 휴대폰 결제 기능을 배척하는 대신 신용카드 결제만 허용해 전체 결제액 30%를 고스란히 수수료로 가져간다. 2000년대 들어 성장을 거듭하던 휴대폰 결제 서비스 업체의 매출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앱 안에 있는 휴대폰 결제기능, 신용카드 결제기능을 인앱 결제 시스템이라 부른다. 애플이 정책만 하나 바꿔도 결제시스템 특정 기능, 심지어 특정 사업모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인앱 결제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을 의미한다. 모바일 결제시스템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혜자도 앱스토어 서비스 제공자와 신용카드 회사다. 정해진 수수료를 단순하게 나눠 갖는 일차원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별다른 선택권도 많지 않다.

애플의 인앱 결제시스템은 앱스토어 프로세스를 거쳐 추가로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때마다 애플이 구매액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구글의 메커니즘도 이 점은 동일하다. 가트너 자료에 의하면 2011년 기준 애플 인앱 결제시스템 매출은 12조원, 수수료 수익만 따져도 3조원을 상회한다.

또 다른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플이 직접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신용카드 사업자와 금융감독원 등이 어떻게든 막아낼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타결된 한미 FTA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고려하면 과거처럼 만만한 일은 아니다.

기술과 서비스의 다양한 요소들을 잘 통합해 새로운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뵈는 것은 애플의 전문분야다.

신용카드 사업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신용카드 비즈니스는 회사가 고객 가치를 규정하고 그 가치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해 등급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국내 신용카드 서비스 회사들은 여기에 익숙해져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지 못한다. 시장은 변하고 있다. 고객이 거래조건과 상품 조건을 정하는 끌어들이기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 당장 애플이 신용카드 서비스를 출시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모든 앱의 결제시스템으로 애플 신용카드만을 허용한다고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구체적인 전개 과정이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기존 신용카드 고객들은 새로 등장하는 애플 신용카드로 옮겨 타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기존 신용카드 회사의 수익원에서 모바일 페이먼트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고객 변화가 당장 신용카드 회사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서비스의 미래에서 모바일 결제 비중이 점차 증가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스마트 기기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 서비스의 생태계 변화는 주목해야 할 테마다. 신용카드 회사는 애플이 이렇게 정책을 바꿔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어도 고객들이 그동안 사용하던 카드를 버리지 못할 어떤 `무기`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가 고객 생활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최근 사용자가 상품의 조건 일부만을 정하는 방식으로 카드가 출시된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객 요구에 기반을 둔 끌어들이기 방식의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 운영하는 노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고객 라이프 패턴(Life-Pattern)을 제대로 읽어내고 반영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신용카드 고객의 생활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결합` 현상이 점차 강화된다. 특정 시간대에,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다.

가령 근무시간대에는 여의도 일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은평구 주변에서 식생활과 드라이브를 즐기는 직장인의 생활 패턴을 파악한다면, 그 고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고객관계관리(CRM)의 ABC며, 이런 접근을 좀 더 체계화, 종합화, 구체화한 것이 바로 라이프 플랫폼의 개념이다. 고객의 일상적인 시간, 공간 전반과 밀착된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국내 대부분 신용카드 회사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춰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런 관점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건 신용카드 회사가 기존 밀어내기 방식의 마케팅과 세일즈 기법을 유지하려는 관성 때문이다.

라이프 플랫폼은 고객이 움직이는 모든 곳(Place)과 행동(do)을 가장 최적화해 제공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런 개념이 정착하려면 고객이 단순히 신용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아서 겪는 불편함 정도를 넘어 신용카드 서비스에 애착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본격적으로 모색될 때 신용카드 회사들은 애플이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생태계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다. 신용카드 서비스와 통신의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지평을 열어갈 수도 있다.

배상기 투이컨설팅 전략컨설팅 팀장 macguire@2e.co.kr

신용카드 서비스 변천과 대응 방안

자료 : 투이컨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