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가 연속 2회 1위를 차지한 전자정부를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 12일 전자신문이 주최한 `유엔 전자정부평가 2회 연속 1위 의미와 향후 과제 좌담회`에서 정부 및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전자정부 구축 노하우와 시스템을 수출하는 데 정부와 산업계 모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계는 국내에서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정부는 민간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한 하도급 관계가 지속되어서는 해외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사업을 넘어 세계은행 등 국제 자금으로 진행되는 국가정보화 사업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노학명 삼성SDS 전무
명수성 코아엔지니어링 사장
박진국 LG CNS 전무
오철호 숭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화전략실장
사회=박서기 전자신문 비즈니스IT부장
◇사회=우리나라 전자정부가 2년 연속 유엔 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이제 전자정부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수출 전략도 세워야 한다. 오늘 좌담회는 이에 따른 해법을 마련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우선 유엔 평가 전자정부 1위의 의미는 무엇인지 얘기해보자.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화전략실장=우리나라 전자정부가 193개국 대상으로 진행된 유엔 평가에서 2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국격을 높였다는 의의가 있다. 여러 나라 공무원들이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배우러 온다. 전자정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IT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전자정부는 공공과 IT 융합의 산물이다. 유엔 평가 1위 기반으로 SW 분야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IT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부와 관련해 하나의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
◇오철호 숭실대학교 교수=유엔 평가 1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추진한 전자정부 정책의 종합 결과물이다. 현 정부 들어 많은 공공서비스가 온라인화됐다. 과거 전자정부 평가 1위를 했을 때 이에 안주했으면 연속 1위는 어려웠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노학명 삼성SDS 전무=무엇보다 전자정부 관련 정부 의지와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연속 1위가 가능했다. 해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주변국가 반응이 달라졌다. 아쉬운 것은 정보 인프라 부문이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7위를 했다. 한때 세계 최고 정보 인프라를 갖췄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박진국 LG CNS 전무=해외에 나가면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보고 감탄하는 것은 시스템 구현은 물론이고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부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가 변화하는 모습에 해외 공무원들은 놀란다.
◇명수성 코아엔지니어링 사장=국가 위상이 높아진 만큼 SW 수출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IT가 우리나라 성장동력이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전자정부 2회 연속 1위 평가가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 아직은 명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1위 평가가 수출에 미치는 효과를 말해 달라.
◇장광수=가장 큰 효과는 산업적인 부분이다. 작년에 전자정부 수출이 2억4000만달러였다. 올해는 3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중동, 동유럽으로 수출 국가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불가리아에 정보통신협력센터를 설치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와 SW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 진출이 대기업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극 진출하고 있다. 국내 보안SW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해외에서 발주되는 입찰정보를 담을 수 있는 포털을 구축할 계획이다. 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김재홍=IT서비스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다. IT서비스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 대기업만 나가는 것이 아니다. 보통 50% 이상은 중소기업 인력이고, 중소 SW기업도 함께 나간다. 세계 시장에 진출해 당당하게 경쟁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선단식으로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이 해외 발주 정보나 네트워크를 스스로 감당할 수 없다. 대기업도 해외 사업을 혼자서 수행할 수 없다. 지난해 외교통상부, 행정안전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관련기관과 함께 SW 해외 진출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컨소시엄 내 전자정부 분과도 있다. 전 세계 전자정부 시장이 1조달러 규모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수주하는 사업은 1.8%에 불과하다.
◇오철호=대기업이 해외 사업을 수주하면 중소기업이 같이 나갈 수밖에 없다. 컨소시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유엔 평가 1위가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접 효과는 있다. 유엔이 우리나라 기업의 전자정부 구현 기술을 보증하기 때문에 이미지 개선효과가 있다. 해외사업 수주 시 시스템 수출이 아닌, IT서비스 수출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모두 외산 제품이다. 시스템 수출은 우리나라가 애써 외산 제품 공급을 위해 대행하는 것밖에 안 된다.
◇사회=업계에서는 공공분야 해외 진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는지.
◇노학명=사업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주변 국가에서 한국 행정을 배워보고자 하는 열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지식경제부 차원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업에 연계할 수 있도록 하듯이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전자정부 해외 진출 관련 관세청, 조달청 등 각 기관이 별도로 추진하는 것보다 국가 차원으로 통합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등을 활용해 해외사업 진출 기회를 늘려야 한다.
◇박진국=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은 4300만달러 규모다. 세계은행 지원사업으로 당시 IBM, 타타 등과 경쟁해 수주했다. 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3년간 관련사업 수행 실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없으면 자격 미달이다. 경험 없이 해외에 나가면 백전백패다. 우리나라 SW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산 SW를 해외 적용하고 싶지만, 국내 적용사례가 별로 없어 제안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많은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사회=협력 중소기업 중 해외에 진출해 성과를 거둔 기업이 있는가.
◇박진국=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 해외 진출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에 적용된 교통카드시스템은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 수출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CCTV, 단말기, 펌웨어 등을 공급했다. 멕시코에서 추진하는 공공IT 사업에도 보안제품은 국산을 사용한다.
◇명수성=국산 SW가 해외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브랜드 가치가 없어서다.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실시하면 한국 제품이 우수하다. 그러나 국내 적용된 사례가 적고 제품 인지도가 낮아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나가려고 한다. 발주 국가에서 요구하는 부분 중 분명 중소기업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대기업이 필요하다.
◇장광수=정부도 기업이 전자정부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몰도바에서 전문가를 초빙해 전자정부 설명회를 열었다. 앞서 2월에는 전자정부 컨설팅도 수행했다. 인터넷 이용센터도 구축했다. 지역 주민 대상으로 한국식 교육을 실시했다. ODA 자금으로 초기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정보화전략수립(ISP) 컨설팅 사업을 수행했다. 이후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민원24 등 전자정부 베스트 사례를 뽑아서 체험할 수도 있게 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우리나라 전자정부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전자정부시스템이 국제표준이 되게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김재홍=ODA 자금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세계은행 등 국제 자금을 지원받는 사업을 수주해야 한다. 세계은행 IT 분야 자금 지원이 2년 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기획 초기부터 이런 사업을 공략해야 한다. 관련 정보를 정부가 모아 기업에 제공할 것이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전자정부 해외 진출에 정부가 일종의 `사전 영업`을 한다는 것인데, 관련 전략은 어떻게 되는지.
◇장광수=최근 수출 전략을 새로 마련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 정부가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간 전략적제휴(MOU)를 최대한 많이 맺을 계획이다. MOU로 기술도 제공해주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정보접근센터 구축이 그러한 예다. 올해 몰도바에도 추가로 구축한다. 불가리아에는 IT협력센터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불가리아에서 철도청 정보화프로젝트와 이러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회=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은 무엇인가.
◇노학명=국내서는 사업 환경이 어렵다. 시장 공략을 해외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은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모멘텀이 필요하다. 전자정부 수출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어서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2~3년간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다.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진국=세계은행 등 국제 자금으로 수행하는 사업을 공략하려고 한다.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년 30% 성장을 이룰 것이다. 시장도 큰 폭으로 커졌다. 과거 10여개 사업이 공략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지역만도 10곳이 넘는다. 국가 전체 전자정부 사업을 수주해 진행할 수도 있다. 국내 경쟁업체와 컨소시엄도 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향후 국내 전자정부 사업 수행 경험을 쌓지 못하면 해외 사업에 제안조차 못하게 된다. 만약 수행 경험 부족으로 사업에 실패하면 피해는 엄청나게 크다.
◇사회=현재 국회 계류 중인 SW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면 대기업의 공공IT사업 참여가 전면 제한된다. 산업계에서는 전자정부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 된다고 하는데 지식경제부는 어떠한 시각인가.
◇김재홍=왜 SW산업진흥법이 추진되는지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SI시장이 지나치게 대기업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너무나도 불리한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대기업을 죽이자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것이다. 중소기업 역량이 커져야 대기업도 함께 큰다. 국내 사례가 해외 진출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지금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그러한 사례를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대기업 참여 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다양한 유보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취지는 유지할 것이다.
◇사회=전자정부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오철호=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지나치게 푸시 중심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만 본다. 두 번째는 2년 연속 유엔 평가 세계 1위를 차지했는데 국민이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이 느끼는 것과 정부가 느끼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만족도는 63점에 불과하다. 미국은 75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전자정부 서비스를 민간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정부 포털이 개방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판을 짜고 민간이 들어와 콘텐츠를 쌓도록 해야 한다.
◇장광수=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전자정부포럼도 이러한 배경에서 만든 것이다.
◇김재홍=정보통신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수요자도 환경 변화에 따라 요구가 변한다.
◇사회=오늘 전자정부 유엔 평가 2회 연속 1위를 수상한 것의 의의와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무엇보다 전자정부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리=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