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제온 E5`(코드명 샌디브릿지 EP)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신형 서버가 시장에 선보인 지 한달 만에 슈퍼컴퓨터 등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호환성 등에 대한 우려로 일반 업무시스템용 수요는 아직 저조한 상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연구소나 HPC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제조, 화학 등 대기업에서 제온 E5 신형 서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버전인 웨스트미어 CPU보다 집적도가 갑절 높은 제온 E5는 HPC 업계가 손꼽아 기다려온 CPU다. 지난 달 출시 직후부터 데모 시연 요구는 물론이고 구매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 분야 고객 중에는 이미 지난해 말 선주문을 거쳐 제품을 도입한 곳도 적지 않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해 10월 슈퍼컴 교체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제안요청서(RFP)에 `제온 E5 탑재 서버`를 명시했다. 40테라플롭스 이상 성능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제온 E5 사용이 필수였다.
HPC 분야 반응과 달리 일반 업무시스템용 판매는 극히 저조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성 이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형 서버는 기존 시스템에서 지원하던 일부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제온 E5 탑재 서버는 윈도서버 2003 이전 버전, 레드햇 리눅스 4.0대 버전을 지원하지 않는다. 기업이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은 지원 가능성이 더 낮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서버를 계속 사용하거나 신형 서버 도입과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고객 대부분이 제온 E5 탑재 서버를 아직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공급업체별 총판회사에 남아 있는 재고 물량이 신형 서버 판매를 더디게 하고 있다. 아직 관행으로 남아 있는 `서버 밀어내기`로 기존 서버 재고량이 적지 않은 데다 서버 시장이 침체기여서 신형 서버 판매량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버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앞다퉈 신형 서버를 발표했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총판이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물품을 어느 정도 처리한 후에야 신형 서버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C서버 업체들은 6~8개월 후 기존 CPU를 탑재한 서버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르면 4분기부터 신형 서버 판매량이 기존 서버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