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LG, 美 반덤핑 분쟁 물러서지 마라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딴죽을 걸었다. 냉장고를 미국에서 `부당한 염가`로 팔았으니 정상가격과의 차액만큼 관세를 내라고 결정했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에 5.16%(삼성)와 15.41%(LG),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것엔 무려 15.95%(삼성)와 30.34%(LG)를 부과했다.

반덤핑 관세 부과조치는 대표적인 수입 규제책이다. 자국 가전업체와 냉장고 산업을 보호하려는 뜻이다. 삼성과 LG를 상무부에 제소한 미 월풀이 웃은 이유다.

바로 며칠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월풀과 삼성·LG 간 냉장고 분쟁이 지난해 이미 시작됐더라도 못내 개운하지 않다. FTA와 반덤핑 관세가 서로 `완고하게` 등지는 경제 활성화 수단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론 FTA로 웃고, 뒤론 반덤핑 관세 조치를 준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다음달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LG 냉장고의 자국 산업 피해 여부를 판단한다. 분위기상 상무부 결정이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삼성·LG는 크게 반발했다. 미 상무부가 월풀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ITC 판정을 본 뒤 대응하겠다는 뜻도 내놓았다. 물러서지 말아야겠다. ITC 심의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서둘러 세계무역기구(WTO)에 맞제소하는 게 좋겠다. 삼성전자 쪽은 “미 상무부 결정이 잘못된 조사방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LG전자도 “월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부당한 판정”이라고 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월풀과 미 상무부에 강력히 맞설 필요가 있겠다. 월풀 직원 2만3000명과 미 냉장고 산업이 중요한 만큼이나 한국·멕시코 공장에서 땀 흘리는 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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