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간 엇갈린 정책에 인터넷업계 '발동동'
정부 부처 간 엇갈린 주민등록번호 정책으로 인터넷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제한한 정보통신망법 시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민번호를 바탕으로 연령을 확인한 뒤 온라인게임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게임업체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사기 및 짝퉁물품 판매와 같은 사이버 범죄 위험에 노출된 온라인쇼핑몰 업계 역시 오는 8월 18일 시행 예정인 정보통신망법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개인정보보호 정책의 난개발로 혼선을 빚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민번호 사용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제23조 2항)한 반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각각 게임법과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연령 및 본인 확인을 요구한다. 여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문화부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 사용 제한 △개인정보 파기 △개인정보 이용내역 통지제도 등을 골자로 한다. 방통위가 조만간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업은 법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번호 대체수단이 없다”면서 “셧다운제를 위해 만 16세 미만인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령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업계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실명 인증을 대체할 수단을 확실히 마련하지 않은 채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한 것을 우려했다. 개별 인터넷 기업이 정보통신망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따라 본인 확인을 할 때 어떤 방식을 택해야 할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다.
주민등록번호 실명 인증 대체 수단으로 흔히 거론되는 게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인증이다. 그러나 정부가 명확히 허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성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선임연구원은 “인터넷 기업이 선택한 특정 본인 확인 방식을 추후 정부가 합법적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생기면 기업의 시스템 재구축 부담이 크다”며 “인터넷 업체가 본인 확인을 할 방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 업계는 주민등록번호 폐지로 사기나 짝퉁 거래 등 불법 상거래를 제어할 수단이 사라질 것을 우려했다. 그간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관리해 온 불법 거래자를 관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카드사 등과의 제휴 서비스 역시 대부분 주민등록번호를 고리로 사용자를 확인한다. 제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상거래에서 구매자나 불법 거래자보다 온라인쇼핑 사업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며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가 자칫 온라인쇼핑 신뢰 추락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아도 연령 확인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명확한 방침은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원석·한세희기자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