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권리자를 찾을 수 없는 저작물 이용이 간편해진다. 저작권자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고아 저작물(orphan works)`의 이용절차를 간소화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르면 4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시행령 제18조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관보 게재 등 까다로운 절차를 온라인 기반으로 간소화한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총 220만건으로 추산되는 고아 저작물 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탁관리단체 또는 대리중개업체에 조회하고 승인신청 내용을 관보에 공고해야 하는 절차가 까다로웠다. 이용시간도 75일 이상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민 개개인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이 같은 상당한 노력을 사전에 대신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패스트 트랙 도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DB)를 인터넷 사이트에 구축할 예정이다. 복사전송권협회·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를 통해 고아 저작물 확인절차를 밟은 뒤 이용자들이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이트에서 이용허락을 신청하도록 할 방침이다. 고아 저작물의 권리정보만을 제공하는 통합사이트는 아직 없다. 해외 고아 저작물은 각 국가의 저작권법을 감안해 이 같은 이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정안은 저작물의 권리자를 이용희망자가 찾았다는 `상당한 노력` 요건을 완화하고, 온라인에서 일괄적으로 법정허락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고아 저작물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행법은 고아 저작물 이용을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법정허락 이용 건수는 37건에 불과했다.
안효질 고려대 교수는 “현행법상 권리자 불명 저작물의 법정허락 절차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도가 개정되면 75일 이상 걸렸던 미확인 저작물 이용 소요시간이 45일 전후로 단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저작물을 재활용하는 문화산업적 측면도 고려됐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뿐 아니라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구글은 대영도서관과 손잡고 고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과정에서 저작권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문화부는 이 같은 패스트 트랙 도입과 함께 미분배 보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주요 저작권신탁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미분배 보상금은 적게는 22억원, 많게는 67억원에 달한다.
안 교수는 “현재는 권리자가 신청을 해야만 보상금 분배가 이뤄진다”며 “비회원은 어쩔 수 없지만, 회원은 신탁단체가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미분배 보상금 현황
자료:고려대 법학연구원 ICR센터
패스트트랙(Fast track)=`법정허락의 간소화 절차`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권리자 미확인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법정허락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정허락제도란 저작재산권자가 불명인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을 얻은 후 보상금을 공탁하고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다.(저작권법 제50조 제1항) 패스트 트랙이란 이 같은 현행 법정허락 절차와 과정을 더욱 간편하게 만든 절차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