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발효돼도 넘어야할 산이 남았다. 논란의 핵심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과 야당 및 시민단체의 FTA 폐기 요구 등이다.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22일 브리핑을 통해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ISD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투자위원회는 FTA 발효 후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는 양국 정부 협의체 중 하나다. 위원회에서 ISD 수정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한·미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한 내용대로 이행하면 된다.
정부는 외교부와 법무부 관계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중재나 조정경험이 있는 사람, 국제공법과 통상법에 조예가 있는 학계 인사나 변호사 등으로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ISD에 대해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 간 이견이 커 문제가 쉽게 풀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명박 정부가 체결·비준한 한미 FTA 시행을 전면 반대한다”고 공표했다. 총선과 대선 후 정치 구도에 따라 한미 FTA가 파행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예정된 한미 FTA 발효를 즉각 중단하고 협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대통령은 한미 FTA로 경제영토가 확장되고 한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하지만 경제 영토가 좁아서 한국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며 “임기 4년간 친재벌로 일관한 결과 노동자와 서민의 삶이 퇴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끝내 발효를 강행한다면 민의를 무시하고 절차적 파행을 저지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고 전 민중적 항쟁을 벌인 뒤 한미 FTA 청문회에 대통령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농민연대도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는 농업과 농민, 농촌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농업과 농민을 짓밟은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