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방통위, 앞을 보자]<중>속도를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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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 방송통신위원회를 따라다닌 고질적인 문제점은 더딘 속도였다. 위원회 특성상 상임위원 간 의견 조율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소모되는 시간도 많았다.

대부분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후약방문 식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올해 들어서도 방통위는 지상파 재송신 중단, 스마트TV 앱 접속 제한 사태를 앉아서 지켜봐야만 했다. 일이 터진 후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 방통위에는 단순히 정권 말이라는 이유로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현안이 산적했다. 연내에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정권 교체 여부를 떠나 과감하고 신속하게 접근해야 한다.

통신 분야는 지난달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앱 접속 제한으로 촉발된 망 중립성이 최대 현안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1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올해 안으로 더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었다. 시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운영 중인 망 중립성 자문위원회 활동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더라도 단계별로 이해당사자 간 합의안을 도출해 애꿎은 이용자가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통신사 투자 확대를 통한 망 고도화·산업 발전`과 `통신요금 개선을 통한 이용자 편익 향상`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도 신임 위원장의 과제다. 지난해 정치권 공세 속에 `기본료 일괄 1000원 인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기형적인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실시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이용자는 없다. 매출 감소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사업자만 남았다. 올해 총선·대선과 맞물려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통신비 인하 공세와 통신사업자 반발 속에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계철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인위적인 인하가 아닌 경쟁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인하 유도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위원장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동통신재판매(MVNO), 블랙리스트(개방형단말기식별번호) 제도를 정착시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편익을 높여야 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제4 이동통신사 선정, 와이브로 활성화에 명확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시장은 여전히 두 사안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소모적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호평을 받지 못한 방송 정책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방통위 출범 이후 IPTV 상용화, 종편 출범, 미디어렙법 국회 통과 등이 이뤄졌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IPTV는 아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대된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다. 종편은 뉴미디어 시대 유망주로 떠오르기는커녕 언제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언론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악재로 여겨진다. 진통 끝에 미디어렙법이 마련됐지만 중소 방송사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월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까지 빚은 케이블TV 지상파 재송신 중단 사태도 재송신 제도 개선안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연말로 예정된 디지털TV방송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방송사업자와 공조해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신임 위원장은 방송 분야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방송정책 재정립과 책임 있는 집행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자료: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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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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