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센터와 백업센터 거리 미흡, 자연재해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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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주요 은행의 데이터센터(주센터)와 백업센터 간 평균 거리가 전문가가 권고하는 안전거리에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주센터와 백업센터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본지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외환·SC·한국씨티 9개 주요 은행 주센터와 백업센터의 지도상 직선거리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두 센터 간 거리는 평균 33.35㎞로 확인됐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주센터와 백업센터 가운데 최소 한 곳이 살아남아야 하므로 전문가는 최소 40㎞ 이격거리를 권고하고 있다.

이달 26일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근 금융당국이 대형 테러에 대비해 보안실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주센터와 백업센터 간 거리는 이슈가 됐다.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에 양 센터를 가능한 멀리 둘 것을 재차 권고했고, 은행 전산담당자의 시름은 깊어졌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농협(54.52㎞), 신한(52.35㎞), 한국씨티(42.46㎞)를 제외한 6개 은행 주센터와 데이터센터 간 거리는 40㎞ 미만이었다. 양 센터 간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은 국민은행으로 서울 여의도 본센터와 염창동 백업센터 간 거리가 5.21㎞에 불과했다. SC은행 주센터(잠실)와 백업센터(용인) 간 거리는 23.97㎞로 조사됐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재해에 대비해 주센터와 백업센터는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지진에 대비하려면 최소 200㎞ 이격거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를 고려해 일반적으로 40㎞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데이터 복제에 사용되는 광케이블은 40㎞ 범위를 넘어가면 레이턴시(지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화현 한국HP 상무는 “재해복구(DR)를 위한 백업센터는 멀면 멀수록 좋은데 너무 멀면 시스템적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에 40㎞를 권장한다”며 “하지만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를 고려하면 200㎞ 이상 이격시켜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 시 인력 이동 등 업무 편의성을 고려할 때 너무 먼 거리에 백업센터를 두기는 힘들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기 때문에 백업센터 이전이나 제3센터 건립은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쟁 발발 시 폭탄 피해 반경, 네트워크 효율성, 교통을 고려한 거리 등 `거리의 정의`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지진과 홍수, 전쟁 등 재해 유형에 따라서도 권고 거리가 달라지는 등 `가능한 먼 거리`를 지킨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리도 중요하지만 해당 거리에 적당한 시설 및 입지환경이 존재하는지도 중요한 이슈다.

이런 입장에는 금융감독원도 동감하고 있다. 권한용 금감원 IT서비스실 부국장은 “지진을 고려해 양 센터 간 거리를 가능한 멀리 두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재해 종류에 따라 피해 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이 장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안실태 수시점검 시마다 이격거리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 주센터와 백업센터 위치 및 거리(직선거리)

자료:전자신문 분석

은행 주센터와 백업센터 거리 미흡, 자연재해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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