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대학의 존재이유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이 공생하는 지름길이다. 대학 연구역량은 기업 경쟁력이 되고, 산학협정을 체결한 기업 현장에서 학생은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일자리를 보장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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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도 지역 산업 발전과 취업난 해결을 위해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을 매년 선정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2300억원을 지원한다.

경운대는 수년전부터 캠퍼스 전체를 산학충전파크로 조성하고 있다. 기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를 아예 캠퍼스로 만드는 사업도 추진한다.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산학활동의 날도 정했다. 교수들은 2주에 한 번씩 반드시 기업현장을 방문하도록 했다.

조선대는 광주 광산구 광주첨단산업단지 내에 산학협력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현장맞춤형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연구시설을 집적화했다.

지자체와 끈끈한 관계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사례도 있다. 영진전문대는 대구시 및 경북도와 손잡고 해외 첨단기업 유치에 나섰다. 해외기업 유치가 학생 취업과 지역 기업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초심과는 달리 기업을 `발로 찬` 대학들도 있다. 계명대는 대구시가 ICT산업 집적단지 조성을 위해 임대한 건물의 일정 공간을 반환해달라며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나섰다.

임대기간은 만료됐지만, 건물 전체 공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대구시와 업체 입장을 외면한 채 최근 기업이 사용하던 일부 주차공간을 없애고, 차량통행까지 제한했다. 스스로 입주공간서 떠나게 하려는 속셈이 깔린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슷한 일이 영남대에서도 벌어졌다. 영남대는 최근 대학 내에 위치한 경북테크노파크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통제하고 나섰다. 지난 몇 년 전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달라진 후 경북TP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영남대가 TP 설립당시 현물 투자했던 부지를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하며 경북도와 TP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산학협력이 대세인 요즘 참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입주기업 주차통로를 막고 있는 계명대나 테크노파크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는 영남대, 이런 소탐대실(小貪大失)도 없다.

지금 당장 대학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10여년 이상 산학협력 생태계를 만들어온 첨단기업을 학교 밖으로 몰아내는 일은 말이 안 된다. 향후 기업과 해야 할 더 크고 많은 일을 대학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대학은 물론이고 지역산업이 함께 죽는 일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이 세계 최고의 산학협력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든 대학이든 기업이든, 연구원의 자유로운 상상을 막는 그 어떤 간섭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정재훈 전국취재팀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