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직원과 함께 크는 회사

충청북도 진천에 자리잡은 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 세미텍 직원은 530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다. 회사 모토는 `일하기 좋은 회사`다. 회사 인프라도 직원 중심이다.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기 위해 부지를 마련하면서 직원 교육을 위한 연수원도 지었다. 지난해에는 인근에서 보기 힘든 인조잔디 축구장도 만들었다. 본사에 들어서면 식당과 휴게실, 운동시설을 갖춘 복지관이 먼저 눈에 띈다.

이 회사의 김원용 대표는 “고객이나 주주보다도 직원이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이 신바람이 나야 고객과 주주들을 웃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직원들 스스로가 인정한 `일하기 좋은 회사`다.

이러한 경영진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진다. 최근 3년 연속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1억달러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물론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1999년 설립 이후 튼튼히 쌓아올린 성과물이다. 올해는 일본 수출도 시작했다.

일자리 안정이 효율을 떨어뜨리고 나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도록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바로 경영진 몫이다. 이 회사는 내부에서 발표대회를 개최해 스스로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IT 인프라에 투자했다.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미텍은 직원과 함께 성장한 좋은 예다.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한숨짓는 IT업계에 화두를 던져준다. 이공계 기피와 인력 부족 현상은 미래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푸념 이전에 업계는 `사람`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반성부터 할 일이다. 이공계위기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눈앞의 성장과 효율을 앞세워, 이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결과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기업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겠다면 사람부터 챙겨야 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