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IPTV사업자 KT와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이 스마트TV와 유사한 스마트 셋톱박스 서비스를 이르면 오는 5월 시작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5월 풀 브라우징 인터넷을 지원하고 앱 마켓에서 앱을 다운로드 해 쓸 수 있는 스마트 셋톱박스 서비스를 출시한다. KT는 기능 추가를 위해 CPU 성능을 강화한 셋톱박스를 도입한다.
KT는 가입자가 웹 브라우징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포인팅 리모컨을 별도로 제공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음성 인식 기능도 향후 탑재한다. 하반기에는 모바일 IPTV서비스 `올레tv나우`와 연동되는 N스크린 서비스 기능도 추가한다.
씨앤앰은 5월 이후 스마트 셋톱박스를 도입해 스마트TV 환경을 구축한다. 씨앤앰은 지난 10월 스마트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지연됐지만 개발이 끝나는 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잇따라 스마트TV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기기형 스마트TV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KT와 씨앤앰 등이 준비하는 스마트TV 서비스가 TV업체가 내놓은 스마트TV와 유사해 두 진영 간 스마트 미디어 시대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스마트TV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조사의 스마트TV 출시로 TV는 인터넷단말기로 바뀌었다. 여기에 양방향서비스, 모바일 기기와 연동하는 N스크린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방송통신사업자가 기존 IPTV나 케이블TV방송 만으로는 가입자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공생 관계였던 방송통신사업자와 TV 제조사 관계가 경쟁 구도로 전환된 것이다. 앞서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앱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는 초강수를 취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KT, 씨앤앰 등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통신망과 서비스다. 이들은 유료방송사업자로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품질(QoS)을 보장하며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제조사 스마트TV 기능 대부분을 셋톱박스상에서 구현하면 스마트TV가 가진 스마트기기로서의 장점은 희석된다. 이용자가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스마트TV를 구매할 동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향후 망 중립성 논란과도 연계될 전망이다. 인터넷사업자이기도 한 KT가 IPTV 경쟁서비스 격인 스마트TV에 차별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KT가 스마트 셋톱박스 확산 전략을 조심스럽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KT 관계자는 “스마트TV를 겨냥해 스마트 셋톱박스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용자에게 보다 많은 서비스 편익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스마트TV 경쟁과는 선을 그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