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수명(壽命)

 중국 진나라에 서불(徐市)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던 진시황에게서 한 몫 단단히 챙긴 인물이다. 그는 “바다 건너 삼신산(三神山)에 사는 신선을 모셔오겠다”며 진시황으로부터 동남동녀 수천명과 금은보화를 받아낸 뒤 그대로 배를 타고 떠나 평생 왕처럼 살았다고 한다. 불로초를 찾는 일의 허황됨을 경계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진시황처럼 불로장생을 바라는 것은 아니더라도 수명(壽命)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바로 체내의 기 흐름을 다스림으로써 건강을 도모하는 호흡 수련법이다. 국내에서는 ‘단학(丹學)’으로 전해 내려온다. 호흡 수련법은 숨을 깊고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속된 수명연장 노력은 평균 수명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1970년 61.9세이던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은 2009년 80세를 넘겼다.

 반면에 첨단 전자제품 수명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이 그렇다. 아무리 최신형 제품을 구입해도 불과 몇 개월 사이 구형제품이 돼버린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반갑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교체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2G 서비스 중단이 대표적인 예다. 비록 새로운 단계로 쉬프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는 하지만 소수라도 사용자 권익은 보호돼야 한다.

 일부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기능이 저하됐지만 이렇다 할 서비스가 없다. 구입 초기에는 원활하던 기능이 언제부터인가 뚝 떨어졌다. 계속 사용하려면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지경이다. 사용자들은 약정 기간도 끝나지 않았건만 제조사는 벌써 송장 취급이라며 불만이다.

 산업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라도 빠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이런 산업논리가 소비자 권익까지 삼켜서는 곤란하다. 자칫 기업들의 욕심이 도를 넘어 스스로의 수명까지 단축시킬까 우려된다. 한 숨 깊게 쉬어가는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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