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개발전문스튜디오 레드덕이 내놓은 ‘아바(A.V.A)’는 ‘재미’ 위주의 국내 FPS게임(총싸움게임)에 본격적으로 ‘퀄리티 경쟁’의 문을 열어제쳤다. 언리얼 엔진3로 제작해 화려한 그래픽과 높은 완성도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아바는 그해 게임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레드덕은 올해 ‘아바’ 서비스 5주년을 맞아 새로운 반격에 나섰다.
반격의 기회가 온 것은 지난해 일본에서부터다. 올겨울 일본 FPS게임 시장에서 처음으로 매출과 게임 동시접속자 양쪽에서 1위를 한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얻은 쾌거다.
오승택 레드덕 대표는 끈기를 가지고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펼친 현지 서비스 업체에 공을 돌렸다. 오 대표는 레드덕의 전신인 엔틱스소프트부터 대표를 맡아 현재까지 회사 총괄 개발 프로듀서를 담당하는 등 게임 개발과 경영 양쪽을 책임지고 있다. ‘레드덕’이 그의 별명에서 착안한 사명이라는 것은 게임업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오 대표는 ‘아바’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며, 서비스 5주년을 맞아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FPS게임 명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게임이니만큼 남다른 책임감을 느꼈다.
오 대표는 “이용자와 직접적으로 유대관계를 맺고 지속적인 축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선진국형 게임 서비스”라고 정의하면서 자발적인 이용자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바’ 역시 열성 이용자층이 스스로 대회도 개최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서 시나브로 인기가 퍼져나갔다. 이 상황에서는 일본 서비스사는 지속적인 관리와 친밀감을 바탕에 둔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레드덕은 올해 ‘아바’의 재도약에 이은 차기작 ‘메트로컨플릭트’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게임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언리얼 엔진3로 만들어져 탄탄한 그래픽과 게임성을 자랑한다.
좋은 인재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회사 내외부도 재정비했다. 지난해 사무실을 옮기며 독립개발사로서는 쉽게 쓰기 어려운 금액을 인테리어와 직원 복지에 투자했다. “통장에 17억원이 있고 없고로 회사의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의 반영이었다.
오 대표는 오랜 시간 연마한 차기작의 도전을 앞두고 숨을 골랐다. 대중예술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한 발짝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힌 자신의 개발 철학을 실현할 기회라고 본 것. 그는 무엇보다 겸허한 자세를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직원들에게 책 읽기를 권합니다. 인문학적 상상력뿐만 아니라 미술·공연·영화 등 다양한 영감들을 게임에 접목하고 싶습니다.”
오 대표는 인문학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게임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중에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국내 기술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게임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고민합니다. 내년에는 사람들을 어떻게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인가?”
‘FPS게임 명가’에서 ‘감동의 명가’를 꿈꾸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