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미디어 빅뱅의 진짜 의미

　최근 전반적인 변화에 있어서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양한 글로벌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몇몇 회사와 이들과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소규모 기업과 개인의 결합’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국내에서는 자꾸 ‘글로벌 인프라/플랫폼’에 초점을 맞춰 여기에 국내 기업이 들어가지 못함을 탓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소기업과 개인이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해서 다양한 사업 기회와 먹을거리를 찾아갈 수 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이미 많은 개인과 소기업이 게임과 여행·예술·뉴스·미디어·광고 시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이 제공한 간단한 기술과 도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은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붓기 시작하였고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작은 규모의 자본을 모을 수 있는 장치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큰돈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멋진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지고 좋은 동료와 함께 무엇이든 시작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결국 개인의 참여 가능성이 극대화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적인 도구를 이용한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웹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새롭게 미디어 기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이 눈에 띈다. 최근 일부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체 행위의 35%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새로운 콘텐츠 유통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사업을 하는 신생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모바일 플랫폼이 많이 보급되면서 iOS 디바이스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목표로 한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기업도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패드에서 소셜에 회자되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큐레이션 앱인 ‘플립보드(Flipboard)’ 대성공으로 일부 베스트셀러 잡지나 유력한 웹 사이트들은 플립보드에서 가장 잘 보이는 형태로 온라인판 콘텐츠를 개정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트위터 기반의 ‘위키트리(Wikitree)’나 기존의 미디어 산업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역시 이런 변화의 바람에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개개인들이 더 이상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미디어 경험을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누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전통적인 미디어뿐 아니라 디지털 가상 상품의 가장 대표적인 영역인 게임에서도 최근의 변화가 느껴진다. 최근 독립적으로 제작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은 사용자가 직접 세상을 창조해 나가는 역할을 맡으면서 참여를 통해 많은 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나누고 있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스톡홀름 개발자인 마커스 페르손이라는 개발자가 혼자 만들었는데 무료게임이 인기를 얻자 유료화된 패키지 PC버전이 무려 400만카피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비오도 이런 성공 케이스로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로비오는 디즈니라는 거대 미디어 기업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장, 앵그리버드의 로비오, 새로운 뷰어로 자리 잡는 플립보드, 국내의 나꼼수나 위키트리 등에 대해서 수년 전에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이와 같이 소셜과 뉴미디어, 모바일이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몇몇 플랫폼 회사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근본적인 철학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에 진행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 jihoo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