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규의 스마트클라우드]<2회>가치사슬 변화

 경쟁력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와 변화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시장 구조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널리 적용되는 이론은 ‘가치사슬(value chain)’이다. 가치사슬은 1985년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정립한 이 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치사슬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각 단계 활동에서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핵심활동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나아가 각 단계 활동의 강점, 약점, 차별화 요인을 분석한다. 가치사슬 개념을 최근 우리나라 ICT 시장 구조 변화를 분석하는데 적용해보자. 국내 ICT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가운데 시장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 이슈는 △ICT와 다른 산업 연계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탈 ICT’ △모바일 디지털 생태계 등장을 견인한 ‘모바일 데이터 확산’ △ICT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탈 ICT 현상은 다른 산업 가치사슬이 ICT산업 가치사슬과 연결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면에서 가치사슬 구조변화를 촉진했다. 모바일 데이터 확산은 과거 특정 네트워크에 의존적이었던 시장 참여자들이 독립성을 획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도래는 개방형 플랫폼 등장과 콘텐츠 독립성 확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 전통적인 ICT 서비스 가치사슬 구조는 네트워크 운영자(Network Operator), 즉 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가치사슬 형태였다. 통신사업자는 장비·단말기 등 하드웨어를 조달하고 네트워크 접속환경을 제공한다. 통신서비스는 최종적으로 단말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일련의 가치사슬 과정은 전적으로 통신사업자가 주도했다. 구성요소는 해당 가치사슬 안에서 배타적이다. 수직적 가치사슬 구조 하에서는 다른 가치사슬에 편입될 수 없다.

 전통적인 가치사슬 구조는 통신서비스가 모바일 데이터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새롭게 변했다. 음성통화에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미들웨어·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콘텐츠는 가치사슬 내에서 네트워크보다 우선시된다.

 전통적 가치사슬에서는 네트워크가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네트워크 운영자만이 지배적 위치를 점유했다. 모바일 데이터 중심의 가치사슬에서는 소비자가 네트워크보다 콘텐츠 또는 플랫폼을 더 중시한다. 자연스레 다양한 참여자가 가치사슬의 지배적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인터넷 가치사슬은 IT·미디어·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와 융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콘텐츠에 이어 부가 서비스가 가치사슬에 포함되고 다양한 서비스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하드웨어 인터페이스가 새로 추가됐다. 고기능 단말기는 다양한 콘텐츠와 포털 접근을 가능케 해 네트워크 운영자의 지배력을 약화시켰다. 콘텐츠·플랫폼·인터페이스가 네트워크 운영자로부터 독립하는 양상이다.

 다음 단계는 클라우드 가치사슬로 진화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가치사슬은 콘텐츠·플랫폼·유무선 네트워크가 긴밀하게 연계되고 서로간의 협업이 가능한 환경이다. 유무선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단말기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없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가능해졌다.

 개방형 클라우드 생태계에서는 과거 플랫폼에 종속됐던 사용자가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관계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구글·애플·MS·페이스북·삼성전자 등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는 새로운 환경 아래 ICT 산업 가치사슬 경계를 파고들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ICT 기업은 글로벌 무한 경쟁 체제에서 치열한 생존게임을 펼치고 있다. 국내 기업도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보다 개방적이며 협업적인 형태로 변모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새로운 ICT 시장 트렌드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클라우드 가치사슬은 변화와 혁신 수단으로 매우 요긴하게 다뤄질 것이다.

 

 한국클라우드서비스협회 법제도 분과위원장(상명대 교수) kwangkyu@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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