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도전의 30년사 다시 쓴다] <10 · 끝> 결산 좌담회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어려운 분야입니다. 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자원개발펀드·탐사와 생산 기술력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룬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자신문 그린데일리는 지난달 24일부터 9회에 걸쳐 진행한 기획시리즈 ‘자원개발 도전의 30년사 다시 쓴다’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21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서는 자원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 확보가 제시됐다. 특히 에너지·자원개발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광구탐사와 서비스·M&A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전문 인력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참석자들은 공공과 민간에서 각각 진행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한국자원개발진흥청(가칭)’이라는 별도의 정부산하기관을 조직해 탐사 성공률과 투자를 확대하는 시너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중동지역 편중 심화, 탐사개발 비중·자원개발특성화대학 지원범위 확대 등 자원개발업계 전반에서 논의되고 있는 ‘뉴빅뱅’ 움직임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

 변종립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

 성원모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김성훈 한국석유공사 부사장

 이종호 한국가스공사 자원개발본부장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우리나라 에너지 전략은 과거 근검절약을 독려하던 범국민 캠페인에서 벗어나 직접 해외자원 개발에 뛰어드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우리나라가 자원개발 분야에 진출한지 30여년이 됐다. 그간의 의미에 대해 얘기해보자.

 ◇성원모 한양대 교수=그동안 우리는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1984년 SK가 예멘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었고 1990년대 중반 국내 대륙붕 개발도 시작됐다. 그간 사업을 보면 탐사성공률은 낮았고(메이저 25%정도 된다지만 사실상 우리는 9% 수준) 기술과 자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최근 성공불융자 등 정부 지원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앞으로 M&A를 통한 자주개발률 확대가 더욱 요구된다. 해외 석유·가스광구 탐사개발 사업도 같이 병행해야 실질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술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자원개발특성화대학 등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후방 지원 또한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세계는 지금 자원전쟁 중이다. 중앙아시아 카스피해를 둘러싼 자원전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현재 중국·러시아·인도·미국 등 각국의 에너지자원 확보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김성원 한국석유공사 부사장=자원민족주의는 인도와 중국 등 신흥개발도상국 석유수요 급증에 따라 고유가가 지속되고 유전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미와 러시아에서 나타났다. 자원민족주의는 외국기업의 유전개발 비용을 상승시키고 고유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글로벌 자원을 싹쓸이 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세계 M&A 시장에서 18%를 점유하며 큰 손으로 부상했다. 중국의 국영석유회사(NOC) 투자 가운데 해외 M&A 비중은 2007년 8%에서 지난해 25%로 증가했다.

 미국 국민이 1년 평균 25배럴 석유를 소비하는데 중국은 현재 2배럴 수준이다. 향후 경제성장에 따라 필수적으로 석유가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 지도부 소명이다. 러시아는 가스가 많다. OPEC처럼 가스 수출기구를 만들어 세계 가스수급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발견해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다. 가스를 유가로 환산하면 배럴당 20달러도 안 된다.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시들해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 역시 해외자원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량이 적다. 자주개발률 40%는 돼야 요동치는 국제유가나 수급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40%는 무리한 수치가 아니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다.

 ◇사회=해외자원개발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스 분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종호 한국가스공사 자원개발본부장=한국가스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간은 길지 않다. 기술력·경험을 쌓는 것이 당면 과제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미얀마·모잠비크 등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북미지역 비전통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미국은 천연가스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고 LNG 수입으로 대체한다는 예상을 했다. 이를 위해 현재 기화형 기지를 10개가량 구축했는데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이런 터미널을 통해 셰일가스를 수출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우리도 언제든지 관련 사업에 참여 할 수 있다.

 만약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생산되지 않았다면 천연가스 가격이 상당히 올랐을 것이다. 북미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회=우리나라는 세계 에너지자원 수급 및 시장 변동에 매우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의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변종립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자원개발정책관=어떤 사업이던지 돈과 사람·기술·정보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은 위험요소가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있다. 연간 9000억원 출자했고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사람과 기술이 중요한 요소다. 인력은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해외자원개발도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금융·기획 등 폭넓은 분야의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원개발특성화대학을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기업마다 기술인력이 있다. 간접적으로 이들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그것이 해답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R&D와 정부 지원이 미미했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R&D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이달 19일 자원개발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광물·석유 등 자원개발 핵심기술 84개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성원모=해외자원개발은 기술력 싸움이다. 이와 함께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M&A를 해도 우리가 원하는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만 투자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된다. 탐사에 있어서도 기술이 없으면 협력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이 못하는 부분이 있을 때 우리가 이점을 갖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현 정부 이전에는 자원외교라하면 대형사업을 많이 말했다. 대부분이 탐사 사업이었다. 그러다보니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위험도 컸다. 최근 들어 생산광구를 매입하고 기술력과 인력이 균형적으로 가고 있다.

 ◇사회=해외자원개발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민간기업에 요구되는 자원개발전략과 과제는 무엇이 있나.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계속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자원개발사업의 핵심은 기술과 자본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두 가지 모두 충분하지 않다. 민간기업은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데 인력이 없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절에 보유하고 있는 광구와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인력 양성, 충원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IMF 이후 남겨둔 프로젝트에서 수익이 발생하면서 회사도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사회=정부가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관련 전공학과 졸업자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관련학과 인력들이 자원개발 분야로 흡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성원모=특성화 대학 이전에는 관련 학과 학생이 자원개발 업계로 유입되지 못했다. 특성화대학이 진행되면서 인력이 현장으로 배치되고 있다. 한양대의 경우 올해 12월 기준 85% 취업했고 이 가운데 70%가 자원개발 관련기업으로 흡수됐다.

 ◇김성훈=이전에는 자원개발 전공자를 뽑아도 회사에서 원하는 현장 경험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조금씩 연결고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성화하면서 자원개발 기초지식을 많이 배워 기업에 들어오면서 현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변종립=해외자원개발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는 인턴십 등이 시행되고 있어 경험 측면에서는 조금씩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경력자를 대상으로 금융 등 서비스분야까지 포함하는 융합 과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회=정부와 학계·기업 등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을 이야기 해달라.

 ◇김성훈=자원개발 활성화 3요소를 꼽는다면 기술·인력·국가 간 관계다. 국가 간 관계는 특히 최근 전략적으로 보고 있는 아프리카·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하다.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사업자 간 포트폴리오 구성도 필요하다. 인력과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기업과 사업 발굴 능력이 좋은 민간기업의 협업이 있어야 한다. 큰 그림은 정부가 그리고 민간기업이 세밀한 부분을 담당하면 저변이 확대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석유 수입은 세계 5위지만 석유공사 순위는 세계 77위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혼자 나가서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민간기업이 같이 나가면 싸움이 된다. 이런 것을 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성원모=몇 해 전부터 강조한 것이 서비스기업 육성이다. 민간기업에 기술을 지원할 수 있고 개발, 생산도 가능하다. 외국 평가기관을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 기술로 평가할 수 있는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 평가기관 등 서비스 기업을 M&A하는 것도 방법이다. 석유공사나 민간기업에서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서비스 기업으로 옮겨가는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자원개발진흥청(가칭)’ 형태의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석에너지는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시너지를 만들어야 내야 한다.

 ◇이종호=미얀마에 2001년 진출했다. 생산은 2014년이다. 가스는 석유와 달리 탐사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자금이 문제다. 민간기업은 사업이 길어 진입하기 힘들다.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이 있다. 파이낸싱 방법을 발굴해야 한다.

 탐사-개발-생산단계 분야는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석유·가스 등 기존 생산광구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탐사에 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응규=투자를 많이하고 싶은데 자금이 충분치 않다. 성공불융자 비율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연기금 쪽에서 나오는 펀드 또한 논의는 많이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잘 되고 있지 않다. 재무적 투자자와 접점을 찾아야 한다.

 ◇변종립=정부 차원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메이저기업, 중국과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는 틈새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자원외교 비즈니스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메이저기업들은 9 대 1 정도로 탐사 쪽에 더 투자한다. 우리도 중장기적으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방침이다.

 해외자원개발은 국가 간 사업이기 때문에 자원외교에 집중해야 한다. 신뢰가 중요하다. 이라크·몽골·아프리카 등에서 정권교체나 정부입장 변경으로 곤란을 겪은 적이 많다. 그만큼 국가 간 신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주목하는 지역은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이다. ODA·SOC·기반산업 구축 등 패키지형 사업을 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원개발권을 얻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정리=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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