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일본 간 경제협력 행보에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중국어선 사건, 위안부 문제 등으로 향후 동북아 자유 경제권까지 구상됐던 3국 간 협력 기조가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달 ‘아세안+3(한·중·일)’ 회담 때만 하더라도 내년 초 공조 밑그림이 나올 듯했으나, 이제는 기약할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시점 역시 상당기간 뒤로 늦춰질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과 피 말리는 ‘수 싸움’=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국가차원 최고 예우의 조문을 함으로써 당분간 김정은을 둘러싼 과두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북한 내정에 더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우리 정부 고민은 더 깊어졌다. 북한과 밀착하고 있는 중국에 우리 해경 사망 사건을 덮어둔 채 무턱대고 유화책을 쓸 수도 없는 입장이다. 한중 FTA에 몸이 달아 있는 중국 정부는 북한 조문정국에서 우리 정부를 계속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당분 간 냉탕서 마주할 듯=지난 19일 노다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양국 간 긴밀한 정보 교환 및 협력을 언급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북한 핵과 관련된 자국 안전에 대한 요구가 더 크게 작용했다.
바로 전날 위안부 문제로 팽팽하게 맞섰던 상황에서 하루 만에 ‘협조’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일 FTA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리 정부 내 시간조절론이 강하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오더라도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상회담 분위기가 보여주듯 일본과는 당분간 차가운 관계로 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 FTA는 4월 총선에 휘말릴 수도=한미 FTA 발효가 새해 1월 1일 목표에서 2월 중순까지 밀리는 것은 이미 예견됐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FTA 발효가 4월 총선 분위기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국회차원의 협상 결의안을 요구하고 있고, 이번 북한 사태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4월 총선 이후로 연기되면 한미 FTA 발효는 국회 구성 비율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단순히 어느 한 국가 수반의 유고를 의미하지 않고,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복잡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문제 해결능력의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한-미-중-일 역학 구도속 이슈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