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주파수, 또다른 `갈라파고스` 되나

 정부가 디지털 방송 전환 여유 대역 700㎒를 통신과 방송용으로 절반씩 할당하거나 아예 용도 확정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대역을 통신용으로 조기에 할당하는 세계 흐름을 거스르는 또 다른 ‘갈라파코스’ 정책이라는 우려가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내 추가 주파수 발굴을 위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핵심 주파수 대역 중 하나인 700㎒ 주파수 용도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토론회를 거쳤지만 사업자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최종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O면

 700㎒는 현재 아날로그 TV 방송에 쓰이는 대역으로 내년 말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유휴대역이 되는 주파수다. 698~806㎒까지 108㎒ 폭이다. 통신사업자는 급증하는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해, 방송사는 차세대 방송과 난시청 해소를 위해 각각 700㎒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2기 위원회 정책과제를 수립하면서 모바일 광개토 플랜 범위에 700㎒를 포함시키는 등 사실상 통신용 할당을 예고했다.

 최근 방송사 반발이 거세지자 방통위 내부에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해 관계자 주장을 반영해 54㎒ 폭씩 나눠 배분하거나 내년으로 용도 확정시기를 연기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15일 2013년 이후로 용도확정을 연기하는 것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사업자 간 공방에 휘말릴 경우 중장기 주파수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주파수 활용가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안배 논리로 주파수를 할당하면 국내 이동통신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될 공산이 크다. 통신용으로 절반만 할당하면 보호대역 등을 제외한 후 17㎒×2 대역이 남는다. 5, 10, 15 등 5의 배수로 설정된 국제 LTE 규격과 어긋난다. 남은 주파수를 가지고 또다시 대역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국이 700㎒ 주파수를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면 단말기 가격이 최고 10.4달러씩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국내 PCS 주파수가 국제 대역 간격과 상이해 해외 단말 수급이 어려웠던 문제, LG유플러스가 글로벌 주파수 대역 2.1㎓를 확보하지 못해 겪은 어려움 등이 반복될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용도확정을 미뤄도 문제가 잇따른다. 700㎒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이미 지난 2007년 차세대이동통신용으로 배정한 주파수다. 미국은 일찍이 2008년부터 700㎒ 주파수 경매를 실시했다. 버라이즌, AT&T가 700㎒로 LTE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통신사업자가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도록 가용 주파수 경매 일정을 조기에 확정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1년 가까이 700㎒ 주파수 활용방안을 분석해온 상황에서 또다시 용도확정을 연기하는 것은 논란만 반복하는 셈”이라며 “정치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주파수 가치를 검토해 최적의 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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