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럴해저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입니다. 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도 물론 있겠지만 세부조정은 행정부가 알아서 하겠죠.”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중 대·중소기업 구분없이 기업매칭펀드 예산 498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검토보고서를 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R&D를 하지 않으면서 정부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혈안이 된 ‘도덕불감증(Moral Hazard)’ 기업이 대부분 영세했다는 것. 예결위에 따르면 모럴해저드 기업이 정부지원을 받기 힘들도록 진입장벽을 높이면 정부 지원을 받는 전체 기업의 연구성과가 좋아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지갑을 열어야만 정부 과제에 참여할 수 있다면 가장 지원이 절실하면서 영세한 기업부터 차례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조치는 R&D 예산 수요기업이 99%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예산삭감은 중소기업을 겨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꾸준히 주장해왔던 공생발전과도 궤가 맞지 않는다. 중소기업청장 출신의 인재를 실물경제 수장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앉힌 행보로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3.5%에 달했던 R&D 예산 증가율은 2011년 8.7%까지 계속 낮아졌다. 2012년 예산안에서는 전체예산 증가율(7.2%) 수준인 7.3%로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연평균 R&D 투자 증가율은 11.1%로 같은 기간 중국의 겨우 절반에 미친다.
예결위는 “(삭감의)검토안을 내놨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복지 위주 예산편성 기조에 따라 그대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삭감비율이 10%인지 20%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정부가 갖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아가야 할 공생발전의 길은 말로만 운운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내년도 R&D 예산 편성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