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999달러 노트북’으로 알려진 울트라북이 1000달러를 훌쩍 넘는 고가 제품 위주로 첫 라인업을 구성할 전망이다. 첫 라인업부터 999달러 가격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울트라북을 선보이는 레노버, 도시바,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이 가격 문제로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이 울트라북 요건으로 999달러 이하 가격을 제시했는데 무게, 두께 등 모든 조건을 갖추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텔 노트북 플랫폼 울트라북은 저전력 CPU, 2㎝ 이하 두께, 배터리 9시간, 부팅시간 7초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모든 요건을 충족한 제품에만 인텔 울트라북 상표를 부착한다.
인텔은 노트북 제조사들에 다양한 성능 요건을 제시하면서 가격을 999달러 이하로 책정해줄 것도 함께 제시했다. 고성능과 빠른 속도, 얇은 두께, 가벼움 등 모바일 성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노트북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포부에서다. 가격은 성능 기준과 달리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그러나 올 연말 대거 선보일 울트라북 제품 대부분은 999달러를 훨씬 넘어선 1200~1300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각 노트북 제조사가 처음 선보이는 제품이어서 999달러 이하로 구현하는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노트북 제조사 에이서는 국내 시장에서 울트라북을 109만원에 출시했다. 두께, 무게, 저전력 등의 제시 요건을 모두 갖췄지만 당초 시장 기대와 달리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이 아닌 999달러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에이서가 한국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 제품 위주로 선보인 것을 감안하면 올 연말 선보일 제품들은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측은 “넷북이 처음 출시됐을 때 상당히 높은 가격에 선보인 것처럼 첫 출시 제품부터 낮은 가격대를 구현하기 힘들다”며 “울트라북이 일정 수준 시장에 보급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점차 가격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향후 울트라북 라인업이 600~700달러대 저가형과 1500~1600달러대 고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울트라북이 2015년까지 노트북 시장 40%를 점유하는 게 목표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전체 노트북 시장이 999달러 이하 제품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코리아는 빠르면 이달 말쯤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과 함께 울트라북 출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