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스마트폰 2000만 시대의 역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도입 2년여 만에 2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지난 3월 1000만명을 돌파한 이래 불과 7개월 만의 일이다.

 국민 10명중 4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사용자 연령을 감안하면 경제활동 인구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스마트 라이프 혁명과 함께 스마트폰 생태계 구축이 용이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미디어, 산업간 컨버전스, 스마트홈, 개인화 서비스 등에서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2000만시대가 과연 우리에게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일까. 어떤 현상에는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는 법이다. 한번쯤 뒤집어 생각해보자.

 우선,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의 유출 우려다. 스마트폰은 주소록과 문자, 메일, 사진이 들어있다. 개인위치정보까지 추적할 수 있다. 개인화된 기기와 서비스의 범람으로 이기적 편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픈의 철학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운용체계(OS)로 가면 더욱 그렇다. PC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마저 구글·애플 OS의 대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외국 사업자 진입이 한층 용이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빗장만 열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e북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구글 검색창이 디폴트로 떠있는 삼성휴대폰은 약과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이미 소통의 주요 도구가 됐다.

 싸이월드는 아예 존재감이 없다. SNS 시장이 평정돼 버렸다는 의미다. 네이버·다음이 구글의 검색시장 공세를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e북은 존재감조차 없다.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 앱스토어는 더욱 그렇다. 혁명적이라 평가받는 앱스토어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었지만 성과 측면에서 덕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수십만개의 앱이 엇비슷하다. 무료 앱이 대부분이다. 차별화가 쉽지 않다. 개발자가 돈 버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로또처럼 극소수 개발자만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모든 것이 구글과 애플, 해외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통신사업자는 해외 거대 사업자 시장 침투로 역할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단말기 제조 및 부품업체는 구글과 애플의 세계화 전략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돈줄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지도 서비스 부문에서는 결제 영역까지 침투했다. 금융시장 진입은 경제의 깊숙한 곳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서비스 산업의 근간을 파고들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결과다. 제조업체, 통신사업자, 벤처기업 모두가 미숙한 탓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365일 IT만 생각하는 부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다.

 단기적, 표피적 대응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은 바로 이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하와 인터넷실명제, SNS 규제, 셧다운제, 종합편성채널 같은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된 결과다. 산업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가 득세한 탓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민간의 장기적 차원의 산업진흥과 발전전략, 비전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2000만 가입자 시대가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는, 그래서 오늘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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