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블TV사업자(SO)와 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 간 사적 계약에까지 개입해 종합편성채널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려고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31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해 초부터 8월까지 SO와 PP가 채널 송출 계약을 할 때 단서 조항을 넣도록 지도했다.
SO관계자는 “방통위 담당과 쪽에서 이야기가 있었다”며 “‘6개월 후 재논의한다’ 라든가 ‘편성에서 누락·변경될 수 있다’ ‘편성에 변경이 생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 자구는 다양하지만 계약 당시 단서 규정을 집어넣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상욱 한국케이블TV협회 SO지원팀장은 “채널 송출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이뤄지고 한번 정하면 1년간 그대로 가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단서 조항이 들어가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구두 지도는 법적·행정적 효력이 없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재허가권과 각종 규제를 관장하는 부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P관계자 역시 “방통위에서 구두로 단서 조항을 넣으라고 하면 강제성이 없더라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 기관이 이야기하는데 말을 안 들을 수 없다”고 뒷받침했다. 서병호 한국케이블TV협회 PP협의회장은 “그 단서 조항은 채널 계약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PP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며 “종편 때문에 계약이 일방적으로 변경될 경우 행정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정원 방통위 뉴미디어정책과장은 “발령 전이라 담당과에 와보니 SO와 PP 간 계약에 단서 조항이 다 들어가 있었다”며 “방통위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SO와 종편 두 그룹 간 모여서 협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든가 “종편에 대한 광고 규제는 적절치 않다”는 등의 발언으로 종편 밀어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6월에는 “종편을 ‘아기’라고 표현하며 걸음마를 하기까지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