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스마트폰의 친구찾기 기능 때문에 이혼 당할 처지에 놓인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남편이 아내의 아이폰에 ‘친구 찾기’(Find My Friend) 애플리케이션을 몰래 설치해 아내를 감시한 것. 이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다른 사람이 확인할 수 있다. 이스트빌리지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던 아내가 업타운에 있는 것을 확인한 남편은 아내를 추궁, 불륜 고백을 받아냈다.
남편은 “스마트폰 덕분에 불륜을 잡았다”며 기뻐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사건이기도 했다.
개인위치정보 등 사생활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의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점, 문자와 메일과 사진과 주소록이 담겨 있고, GPS와 기지국 정보로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스마트폰의 강점이자 아킬레스건이다. 편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지만 언제든 사용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올해 터진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개인 위치정보 수집 논란은 이같은 우려를 현실로 드러냈다. 편리한 서비스와 개인정보보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스마트폰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걸어다니는 미디어 센터로 변모시켰다. 불시의 사고라도 누군가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려 확산시킬 수 있다. 사람들 마음에 불을 지피는 소식은 손에 쥔 스마트폰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PC로만 인터넷을 접하던 시절과는 확산 속도를 비교할 수 없다.
스마트폰 확산은 중동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서울 시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모으는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개인화된 기기와 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만을 접하게 되면서 도리어 개인의 편향성이 더 커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모두와 연결돼 있지만, 자기만의 생각은 더 굳어지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향이나 특성에 따라 집단별로 분화하며 자기 생각만 강화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기도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장려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