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일류화 프로젝트 적용은 금융계열사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계열사들은 ‘금융’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그룹 혁신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그룹 일류화 프로젝트는 다르다. 혁신의 칼이 금융계열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먼저 핵심 정보시스템 표준화부터 추진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에 SAP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가 SAP 기반 그룹 표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는 SAP 코어인슈어런스 솔루션을, 삼성카드에는 SAP 카드코어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삼성증권은 소액결제시스템에 SAP 코어뱅킹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각 금융계열사에 SAP 패키지 솔루션 적용을 위한 갭(Gap) 분석과 솔루션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 도입 결정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향후 이러한 방안이 최종 결정되면 국내 금융권에서는 SAP 도입 첫 사례가 나온다. SAP는 코어뱅킹 솔루션을 국내에 출시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공급한 사례는 없다. 이처럼 기존 사례가 없는데도 삼성그룹이 금융계열사에 SAP 솔루션을 적용하려는 이유는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데이터를 표준화하기 위해서다.
그룹 일각에서는 그동안 금융이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혁신에 더딘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수준의 혁신을 단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계열사는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프로세스혁신(PI) 등에 대해 능동적이지 못했다. 특히 삼성카드는 그동안 업계 4위까지 밀리면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