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경제구조가 기반 소재산업에서 희소금속 소재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03년 40억달러 수준이던 희소금속 수입액이 2008년 120억달러를 넘어섰다. 신성장동력산업이 발전할수록 희소금속 의존도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정부와 민간은 다양한 희소금속 확보 대책을 구축,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해외자원개발뿐만 아니라 대체기술이나 도시광산산업을 통해 희소금속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희소금속 전방위 확보 전략 필요하다=희소금속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 ‘신경제성장전략 폴로 업(follow up) 및 개정’에서 자원확보와 리사이클을 포함한 종합 희소금속확보전략을 마련해 전개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부터 국방을 위한 전략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희소금속 추출·정제기술을 개발해 온 미국은 1992년부터 에너지부(DOE) 산하에 통합재료연구소을 설립, 희소금속소재 기술개발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은 2007년 독일산업협회(BDI) 주관으로 메르켈 총리가 참석한 자원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안정적인 자원공급을 위해 유관 부처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원재활용률을 높이는 등의 13개 기본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세계가 이처럼 희소금속 확보에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는 가운데 희소금속 확보에 뒤늦게 뛰어든 대한민국은 2010년 10월 ‘제93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방안을 확정했다. △해외자원개발 △국내자원개발 △비축물량 확대 △대체 및 재활용 R&D 활성화 △국제공조강화 등 5대 핵심 추진분야를 설정하고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액션플랜에 들어갔다.
안정적인 희소금속 공급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체기술 개발로 사용량을 줄이고 이미 사용한 것은 최대한 다시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희소금속 확보 현실적 대안은…도시광산=전문가들은 이미 사용한 희소금속을 추출해 다시 사용하는 도시광산산업은 반드시 선진화해야 하는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도시광산 잠재량은 세계 자원 매장량의 약 2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사용 후 제품에 함유한 금속 종류와 잠재적 가치를 살펴보면 폐 휴대폰만 하더라도 금·팔라듐 등 16종 이상의 금속이 함유돼 있다. 한 대 당 약 3400원의 가치가 있다. 폐 자동차 한 대에는 백금 등 5종 이상의 금속이 들어있고 가치로 환산하면 61만원에 이른다. 폐 PC에서는 금·은 등 14종 이상의 금속을 추출할 수 있으며 약 2만6000원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국내 폐 금속자원 보유량의 경제적 가치는 46조원, 매년 추가적으로 약 4조300억원의 폐 금속자원 발생하고 있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사용 후 희소금속은 가격이 높아 재활용 하면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활용할 때는 분리회수율과 고순도화가 중요하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희소금속 재활용은 물질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후방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기초소재로 필수적인 금속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금속자원 재활용 즉,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폐기물이나 사용 후 폐기하는 생활 폐기물로부터 금속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광산의 핵심은 폐기한 제품이나 제조공정 중에 발생하는 희소금속 폐기물을 제품화해 가치 있는 원재료로 다시 활용 하는 것이다. 희소금속 재활용 기술에는 일반적으로 전처리, 건식야금, 습식야금, 전기화학공정 등이 이용된다. 폐기물 발생형태에 따라 재활용 방법은 다르지만 최근에는 여러 기술을 혼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전기전자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등에 근거한 자원순환법을 시행, 제품 내 유해물질 함유 및 재활용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용 후 IT제품·가전·자동차 등에 들어있는 고가 귀금속과 희소금속에 대한 재자원화 산업은 미비한 상태다. 자원순환기술은 미래 기술수요와 파급력이 크지만 기술수준이 해외 선진기술에 비해 취약하다.
도시광산 자원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폐PC·폐프린터·폐휴대폰 등 가치가 높은 품목은 흔히 고물상으로 불리는 민간수집상을 통해 수거된 후 대부분 수출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가격이 국내 업체들이 매입하는 가격보다 높기 때문이다. 중·소형 전자폐기물도 민간수집경로로 모아져 부분해체, 선별 혹은 제품 그대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다. 소형전자폐기물은 2000년 이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판로가 열리면서 수집 후 수출하는 물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자폐기물만 수집해 해외로 수출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중국으로 전자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은 중국이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고철이나 플라스틱 형태로 수출되고 있어 관리가 어렵다. 이렇게 수출되는 물량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지만 업계는 수도권에서만 월 600톤가량의 전자폐기물이 원형상태로 수출된다고 보고 있다.
◇전략적인 도시광산 자원 관리 시급=도시광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략적인 희소금속 자원 관리와 금속의 물질 흐름분석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도시광산 금속 회수를 위해 총 20개 금속을 도시광산 전략금속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계 수요(연간 원료 수입금액, 제품내 금속 부존가치)와 10대 전략 희소금속 해당 여부, 스크랩 수출입 현황, 국내 자원순환율 등을 고려해 코발트·몰리브덴·타이타늄·텅스텐·주석·금·인듐·갈륨·은·납·바나듐·리튬·마그네슘·크롬·아연·알루미늄·철·망간·백금족·희토류 등 총 20개 도시광산 전략금속을 선정했다. 금속별로 수거확대, 시설확충, 기술개발 전략을 통해 연간 약 4조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금속별 도시광산 관련 기술 개발 로드맵을 구축, 선진국 수준으로 도시광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금속에 대해 원료 및 기초소재 단계-1차 가공제품 단계-중간제품 단계-최종산업(제품) 단계-사용축적 단계-수집 단계-재자원화 단계-폐기 단계에 거친 물질흐름분석 또한 진행 중이다.
광종별 물질흐름분석사업은 각 단계별 자원의 투입과 다른 형태로의 발생 및 그에 따른 가격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부는 국내 산업수요가 많은 16개 금속자원에 대해 원료수입, 가공, 제품생산, 사용 및 축적, 수집, 재자원화, 폐기 등 자원순환 전 과정에서 물질흐름량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16개 금속자원을 포함한 총 61개 금속자원에 대한 물질흐름통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금속 종류 및 분야별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
자료: 환경부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