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존재감 없는 방통위

 바야흐로 4세대(G) 시대다. 와이브로 어드밴스트에 이어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지난 7월 상용화됐고, 사업자들 역시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다. 유럽과 미국·일본 등이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속도가 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드물다. 더구나 우리는 와이브로와 LTE 등 4G 경쟁기술 모두를 상용화한 나라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관한 한 테스트베드라 할만하다. 이미 2G에 이어 3G, 와이브로, LTE 등 발빠르게 기술 흐름에 한발 앞서 대응해왔고 단말기 등 후방산업의 대응도 빨랐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정부 정책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번호통합과 2G 서비스 종료다. 정책당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와 관련 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정책이 오간데 없다.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서라는 설명이다. 정책 당국의 현주소다. 가입자 전환과 서비스 종료를 함께 추진해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소비자 탓이라고 한다.

 사업자로서는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따라 번호통합과 2G 종료를 추진해왔지만 정책적 일관성이 흐트러지면서 차세대 서비스 개발과 확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전환도 우려스럽다. 아날로그TV의 디지털 전환은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정책이다. 현재의 디지털전환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까지 제대로 마무리될지 걱정스럽다.

 이미 위성·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정책의 결과도 드러나고 있다. DMB는 갈 길을 잃었고, 와이브로는 수년째 갈팡질팡하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와 종합편성채널에만 올인한 결과다.

 오히려 방송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종편 정책은 벌써부터 중소미디어들의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미디어산업의 질적 변화와 고용확대는 구두선에 불과하다. 보수·대기업 주도의 산업구조 재편만을 재촉한 꼴이다.

 4대강 사업이 기실은 대형 건설사에 일감 몰아주기로 결론이 난 것과 많이도 닮았다. 결국은 미디어산업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민영미디어렙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렵게 됐고, 종편은 물론이고 지상파방송사가 직접 영업과 중간광고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미디어들이 직접 영향권으로 들어갔다.

 제4이통사업자 선정은 어떤가. 아직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정책 당국의 의지가 뚜렷하지 않고 예비사업자의 면면이 미덥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정책을 진두지휘할 통신정책국장 자리도 공석인 상태다. 연말 이후로 인사도 미루는 분위기다. 내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리 없다.

 통합 방통위의 출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요금인하 정책만 섣불리 만지작거리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진흥도 규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게 없다. 결국은 합의제 방통위의 한계로 귀결된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정치권과 이해당사자들의 이해에 휘둘리면서 ‘말만 무성하고 비전도, 실행도 없는’ 부처가 돼버린 꼴이다.

 그러면서도 인터넷실명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규제 같은 사회흐름과 반대로 가는 정책에는 열심이다. 여야 공히 반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책은 예측가능성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어려워진 서비스가 어디 한 둘인가. 현재의 방통위가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방통위는 과연 어디로 가는가. 쿼바디스, 방통위!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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