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의 혁명은 네트워크에서 시작해서 콘텐츠에서 끝난다.
손바닥 안에서 모든 콘텐츠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항상 사용자와 함께 하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진정 개인화된 콘텐츠 시대를 열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존 3G보다 5배 빠른 LTE 네트워크 등장은 무엇보다 새로운 콘텐츠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가까이는 N스크린 시대의 도래가 더 이상 탁상공론이 아니다. 동영상과 사진, 대작 게임 등을 모바일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진화한 모바일 결제와 위치정보 서비스 등이 결합해 지금은 생각도 못하는 서비스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소비자들은 빨라진 데이터 망의 안정적 환경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창의적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창’의 구분이 없어진다=LTE 도입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게임 등 대용량 콘텐츠의 모바일 이용이 자유로워진다. TV나 게임 콘솔, PC, 휴대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등을 연계하는 ‘N스크린’의 밑그림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이제 제대로 된 N스크린 서비스가 나올 준비가 됐다. 네트워크의 ‘빠진 고리’인 모바일 네트워크의 역량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새로운 채널로 확대하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실시간 방송과 최신 영화, 주문형비디오(VoD)를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TV와 PC 등에서 볼 수 있는 ‘U+ HDTV’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세계적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비키’에 투자했다. 동영상 콘텐츠에 150개국 다국어 자막 번역을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로 월 방문자가 1000만명에 이른다. 한류 콘텐츠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콘텐츠 기업이 4G 네트워크를 이용한 새 채널 확보를 넘어 직접 통신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CJ그룹은 최근 MVN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케이블TV와 영화, 음악, 게임 등 전방위적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모바일에서도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 소비자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구름 너머의 콘텐츠=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와 콘텐츠 산업의 키워드는 클라우드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사용자의 음악과 동영상, 사진 등을 손쉽고 편리하게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내놓고, 구글이 클라우드 음악 서비스 ‘구글 뮤직’을 내놓는 이유다.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진 아마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서도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 서비스와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을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담아 놓고 스마트폰에서 스트리밍으로 듣는 식이다.
콘텐츠 업계에 이는 기회이자 위기다. 편리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콘텐츠 소비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초기 ‘룰 세팅’을 잘못하면 새 플랫폼의 등장이 자칫 콘텐츠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P2P와 웹하드 대응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한 초고속인터넷 도입 시기의 경험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콘텐츠 산업과 창작자의 고사로 이어진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로 가는 큰 추세 속에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상상 못한 것을 상상하라=흔히 미래 IT 비즈니스의 핵심을 ‘SoLoMo’라고 한다. ‘소셜’과 ‘로컬’ ‘모바일’의 준말이다. 데스크톱 컴퓨터 못지 않은 성능에 GPS 기능과 중력 센서까지 갖춘 스마트 기기가 초고속 모바일 네트워크와 만나면 지금껏 생각 못한 독창적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미 ‘포스퀘어’나 ‘아임인’과 같은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로 재미있는 놀거리와 마케팅 수단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게임 기업은 아이폰 iOS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의 기능을 활용해 게임을 실제 친구들과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게임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요즘 사진마다 붙는 촬영지 위치정보를 활용해도 흥미로운 사진 소셜 서비스가 가능하다.
진화된 결제 서비스의 등장은 4G 모바일 서비스의 화룡정점이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리하고 안전한 모바일 결제는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다양화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진정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려면 안전하고 편리한 상거래 환경이 필수”라며 “자유롭고 건전한 경쟁이 혁신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